(앵커)
일상이 된 폭염 속에 해남에선 쌀알이 가늘고 긴 형태의 '열대벼'를 재배하는 농가까지 등장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실험이자, 밥쌀 공급 과잉 문제와 수출 돌파구까지 노린 시도인데요.
서일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전남 해남에 있는 친환경 벼 재배단지.
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이곳에서 눈에 띄는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찰지고 둥근 '자포니카 품종'이 아닌 길고 가는 낟알을 가진 '인디카 품종', 즉 열대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없지만, 사실 전세계 쌀 유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주력 품종입니다.
흔히 동남아에서 키우는 장립종 벼는 자랄 때는 이렇게 일반 벼보다 옆으로 두툼하게 자라는데 낟알은 2배 가량 길쭉하고 얇은게 특징입니다.
이 낯선 벼가 우리 땅에서 자라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주도로 시범재배를 시작했고 올해는 농촌진흥청과 대학, 대기업까지 참여하며 사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늘어난 국내 외국인 수요에 대응하면서 가공밥 수출시장 진출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윤영식 /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대표
"지금 이제 10여개 정도의 품종을 계속 시험 재배하고 있고요. 그 중에 2개 품종은 이제 상업화가 가능한 그런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같은 사업 확대에는 최근 일본의 쌀값 폭등 현상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밥쌀 공급 과잉에 대응해 1970년대부터 벼 재배 면적을 줄여온 일본.
하지만 2년 전 가을, 밤낮없이 이어진 기록적 폭염으로 벼가 여물지 못하면서 1등급 쌀 유통량이 20% 가량 급감했습니다.
결국 시장엔 품질 좋은 쌀이 사라졌고, 쌀값은 폭등하며 쌀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을 따라 감산정책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습니다.
* 진중현 / 세종대 교수 / '장립형 인디카벼 산업화 플랫폼 개발' 책임연구원
"깨닫게 된 거예요. 지금 경지 면적을 무작정 감소시켜서 했다가는 지금 환경, 기후변화라든지 여러 가지 정황을 보았을 때 우리가 잘못하면 급박한 문제에 대응할 수가 없다...소비자 변화에도 대응하고 수출이 가능한 이런 것을 해보자..."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은 역대 가장 더웠습니다.
벼가 여물어야 할 시기에 밤낮없는 고온이 이어지면서 쌀 품질은 떨어졌고,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 신서호/전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또 가을 날씨가 작년처럼 이렇게 33도, 35도 고온으로 또 유지된다면 결국에는 품질 좋은 쌀 생산량에는 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타작물 전환' 정책도 수요 기반이 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
기후변화가 가속화 되면서, 남은 농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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