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쌀 과잉생산이라는 건, 결국 생산된 쌀이 그만큼 제대로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변화하는 식습관만을 탓할 수 없는 상황에서 쌀 가공을 통한 후방산업을 육성하고 수요처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시큰둥합니다.
박종호 기자입니다.
(기자)
쌀 산업 다각화를 위해 정부가 2023년부터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가루쌀.
가루쌀은 밀가루처럼 제분이 가능한 품종으로 수입 밀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으며, 전문 생산단지가 지난해 135곳, 올해 151곳으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이상고온과 잦은 강우로 피해가 커지면서 올해 재배면적은 당초 1만 5천여 헥타르에서 9,500헥타르로 축소됐고 농가 재배 의지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6월 말 기준 정부가 매입한 2024년산 가루쌀 2만 1천 톤 가운데 판매는 6.1%인 1천 300톤에 그쳐 수요도 여전히 미진진한 상황입니다.
* 문금주/국회의원
"농림부는 시장 수요 확대를 위해서 가루쌀 제품 개발을 위한 식품업계 적극 지원이나 중장기적인 소비 기반 구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겠습니다."
지난해 12월 12일, 농식품부는 소비자 수요에 맞는 고품질 쌀 생산체계 개편을 선언했습니다.
2005년 이후 모두 12차례에 걸친 시장 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 불안정이 반복되자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었습니다.
재배 면적 감축과 쌀 품질 고급화 같은 생산단계에서의 처방을 빼면 눈에 띄는 전략은 바로 신규 수요 창출.
최근 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온 김밥과 떡볶이, 냉동밥 등 가공식품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가공용 쌀 소비를 2022년 57만 톤에서 2028년 72만 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진중현/세종대 스마트 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
"장립종이나 또는 가루쌀 이런 가공용이나 수출용 같은 특수한 목적의 것들이 먼저 우선적으로 재배가 돼야 되고 그렇게 해서 규모 경제가 생기면..""
하지만 이같은 정책이 정작 실수요와의 연계 전략 없이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김규호/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너무 희망적인 사고를 하기에는...생각보다 가공을 해도 지금 우리가 남는 양을 상쇄하기에는 일반적으로 좀 많이 좀 이렇게 못 미치더라, 이렇게 보는게 맞을 것 같고요.
쌀 소비 감소세를 가공품 확대 처방만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한해 469만 톤의 쌀이 생산됐던 1995년만 해도 1인가구가 164만 가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0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1990년대 연간 100킬로그램에 육박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30여년 만에 반토막 났습니다.
가공용 쌀 소비량이 늘더라도, 전체 쌀 소비량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고품질 쌀을 생산한다해도 쌀을 먹지 않는 식습관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 김상효/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1인 가구들은 자기 한 명 먹고자 이 반찬과 밥과 국을 차려서 먹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간편 편리성을 지향하는 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밥을 좀 안 만들어 먹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부분이 있고요."
단순히 쌀 생산량 감축과 가공산업 활성화에 치우쳐진 정부의 쌀 정책.
이제는 쌀 소비 자체가 줄고 있는 식생활의 변화에 주목해 정책 방향도 생산에서 소비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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