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후변화 시대가 도래하면 벼농사 기술에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극한호우와 고온, 병해충에 강한 쌀 신품종 개발이 시급하지만, 오랜 소요 시간과 농가의 인식 전환이라는 과제까지 함께 안고 있습니다.
박종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의 대표적 쌀품종인 고시히카리의 고향으로 불리는 일본 니가타현.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시히카리는 찰기와 윤기가 뛰어난 것이 특징으로 가장 인기있는 쌀 품종입니다.
하지만 최근 3년 이상의 고온과 가뭄 탓에 품질 저하와 생산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니가타현에 내린 비는 고작 2mm, 평년치의 1% 수준이었습니다.
* 타키자와 아키히로 / 니가타현청 농산원예과 사무관
"니가타현은 고시히카리 생산 비율이 60% 이상인데요. 명품쌀 품종 중에 1등급 비율, 즉 고품질 비율이 겨우 4.7%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어요."
유례없는 폭염에 반사 이익을 본 건 더위에 강한 품종인 ‘신노스케’였습니다.
고온 등 극심한 기후에도 강하고, 폭염도 잘 견디는 품종으로 2017년 니가타현 농업종합연구소가 기후변화 대응과 내열성 품종 개발 목적으로 출시했습니다.
고시히카리 농사가 최악이었던 지난해 기후 속에서도 1등급 비율이 94%를 넘어서면서 재배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 쿠와바라 신고 /일본 니가타현 농민
"현재 지구온난화 속에서도 고온에 강한 품종이라 내성이 있어요. 밥맛도 좋아요. 쌀의 명소 니가타현에서 개발한 품종이므로 앞으로 큰 기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니가타현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신품종을 현재 13개 농가에서 시험재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지역 농가에 보급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주식인 쌀 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쌀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전라남도가 지난 2016년 내놓은 신품종 새청무, 키가 커 잘 쓰러지는 기존 품종 '신동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윤기와 찰기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새청무는 보급 7년여 만에 전남 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자리잡았습니다.
* 신서호 전남농업기술원 박사
"새청무의 어떤 밥맛을 좋아하는 그런 소비자분들이 상대적으로 좀 많은 관계로 시장에서도 굉장히 좀 좋은 반응으로 얻어서 그래서 이 삼박자가 고루고루 좀 잘 조합된.."
기후변화는 급속하게 진행되는데, 쌀 신품종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
생산량과 기후, 병충해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품종들을 유전적으로 교배해 연구하는 데 최소 10년, 실제 보급하는데도 또다시 시간이 걸립니다.
* 손지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학박사
“이제 품종이 하나 저희가 인공 교배를 해서 신품종이 나오기까지는 보통 한 10년에서 12년 정도 소요가 되고요. 그걸 다시 이제 농가에 보급할 수 있는 보급종 종자를 생산하는 데 또 한 2~3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길게는 한 15년 정도...”
새청무 이후 개발된 '강대찬'처럼 병해충에 강해도 밥맛이 떨어지면 소비자 외면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기도 합니다.
* 윤효석 강진군 농민
"(강대찬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버근버근하다고 해서 리콜이 많이 들어와 가지고 우리 전남 지역에서 단계별로 이렇게 사라졌던 품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위협은 신품종이 연구되고 검증될 무렵이면, 신품종 개발을 추진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기후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MBC뉴스 박종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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