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개고기 식용이 금지되면서 흑염소 고기가 보신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흑염소 사육 농가들은 오히려 울상이라고 합니다.
개고기의 빈자리를 수입산 흑염소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인데, 농가들은 유통과 소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재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천여마리의 흑염소를 사육하는 화순의 한 농장.
한때 2천마리까지 규모를 늘렸지만, 작년부터는 방목장을 임시 폐쇄하고 우리 안에서만 사육하고 있습니다.
수입 흑염소 고기가 밀려들면서 국내산 가격이 크게 떨어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 박해윤/흑염소 사육농가
"식당에서 수입산을 많이 가져다 써버리고 수지타산때문에..우리 흑염소 키우는 사람들 것을 안 써버리기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지금 현재"
실제로 올해 가축 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흑염소 고기의 가격은 kg당 평균 만 사천원선으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보다 23%가 떨어졌습니다.
반면 지난달까지 수입된 염소고기는 6천 8백여톤으로 작년보다 27.5%나 증가했습니다.
개 식용이 금지되면서 보신탕의 빈자리를 수입산 흑염소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건데, 농민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이 한 몫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국내산 흑염소는 도축된 뒤에 산양으로만 표기돼 유통되지만, 상표로 유통되는 수입산은 흑염소 표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 박해성/흑염소 유통농가
"(국산 흑염소 표기 방법이)산양 밖에 없어요. 근데 산양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100종이 있습니다. 한국은 한 10종이 있고요. 근데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바뀌질 않아요.(소처럼 세분해달라고 해도). 그러니까 그냥 쓰레기 취급받는거죠."
또, 식당이나 판매점에서도 국내산을 1%만 섞어도 국내산과 수입산으로 병기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산 흑염소는 국물을 내는 뼈만 팔린다는 우스게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김재필 조합장/광주축협
"이력제 관리가 됨으로써 좀 수도 조절이 되고, 또한 흑염소하고 수입 고기하고..수입 호주산이나 이런 염소고기하고 구분이 좀 되야 합니다. 그래야 농가에서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앞으로 발전할 것 같다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농가들의 한숨이 높아지면서 농식품부도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또, 재래종 흑염소의 성장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종자 개량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수입산 흑염소의 시장 잠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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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경제, 혁신도시 공공기관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