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펜으로 그으면 끝?..서명 없는 휴대폰 계약서도 개통시킨 SKT

천홍희 기자 입력 2025-10-14 17:44:31 수정 2025-10-14 23:17:56 조회수 357

(앵커)
광주의 한 SKT 공식 인증 대리점 점장이 고객 수십 명의 휴대전화 거래대금을 들고 잠적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죠.

범행에는 가짜 서명, 심지어 서명 없는 계약서까지 동원됐는데, SKT 본사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허술한 검증 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천홍희 기자입니다.

(기자)
광주의 한 SKT 대리점에서 작성된 160만 원 상당의 휴대전화 단말기 계약서입니다.

이름을 적는 칸에 이름 대신 직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서명란도 마찬가집니다.

이 허술한 계약서는 아무 문제 없이 SKT에 접수돼 24개월 할부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휴대전화 소유주인 김 모 씨는 대리점 점장에게 현금을 주고, 일시불로 단말기 구매를 마친 뒤였습니다.

* 김 모 씨 / SKT 대리점 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SKT) 공식인증 대리점에서 고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명을 자기가 마음대로 해가지고 24개월 할부를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에, 내 개인정보가 다 있는 거고.."

김 씨와 함께 휴대전화를 구매한 다른 가족들도 같은 피해를 당했습니다.

작성하지도 않은 계약서에 같은 필체로 서명이 위조돼있었다는 겁니다.

* 김 모 씨 / SKT 대리점 사기 피해자 (음성변조)
"동일한 필체의 서명을 다 한 거가 시스템에 다 넘어가서 할부 처리가 다 돼있는 거잖아요. 이런 구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의를 했을 때 그냥 고객님 죄송합니다 밖에 없었어요."

해당 대리점 점장이던 30대 선모씨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만 60명이 넘습니다.

경찰은 가족단위 피해자도 있는 데다, 수개월간 비슷한 수법이 이어졌던 만큼 고소장이 추가로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계약서가 승인될 정도로 허술한 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조인철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통신사들의 인증, 검증 시스템이 허술해서 개인정보 보호 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것 같습니다. 국감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 상당수는 국제 번호로 알 수 없는 문자까지 받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함께 보이스피싱 등 또 다른 범죄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SKT 측은 뒤늦게 피해자 구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약 당사자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계약서가 어떻게 승인됐는지에 대해서는 대리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천홍희입니다. 

 

#SKT #대리점 #사기 #계약서 #피해

광주 mbc뉴스 daum에서 확인하세요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천홍희
천홍희 chh@kjmbc.co.kr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정치행정 담당

“사실을 찾아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