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수확기지만 잇따른 병해충 피해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실로 다가온 아열대기후에 맞는 새로운 재배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일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깨씨무늬병이 휩쓴 나주의 한 벼 재배 단지.
풍년의 꿈이 사라진 들녘 마다 분진가루를 뒤집어 쓴 듯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이게 이제 병에 걸려서 죽으니까, 등숙이 안 되는 거예요."
지난달(9) 첫 발생 이후 방제법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피해가 확산됐습니다.
* 곽영길 / 나주 벼 재배 농가
"처음 발생했을 때 막바로 상담소에 연락해서 좀 와서 봐주라. 이게 무슨 병이냐. 무슨 약을 처리를 해야 될할 것이냐. 그렇게 말했더니 답변이 없더라고요."
농업재해로 인정받았지만 손해 정도를 가늠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행정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증명 절차를 밟아야 하는 현실에 농민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내년엔 또 어떤 병해가 닥칠지 예측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 정영석 / 나주 벼 재배 농가
"굉장히 불안하죠. 내년에는 또 어떤 병이 창궐할 것인지. 거기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 건지.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앞으로 농사를 짓기가 더 어려워졌다."
벼 깨씨무늬병은 주로 고온 등으로 뿌리가 약해지면서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곰팡이성 병해입니다.
올해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관찰돼왔고, 특히 9월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으면 규산 등 양분흡수가 저해되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9월은 해마다 평균 최고기온을 경신할 정도로 더웠고, 올여름 평균기온은 26.1도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곰팡이성 균이 빠르게 번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겁니다.
* 신서호/전남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원래 깨씨무늬병이 좀 후반부에 발생했었거든요. 올해는 지금 8월 초부터 발생해서 초기에 깨씨무늬병이 많이 발병한 데는 아마 등숙이 거의 안 됐을 수도.."
전문가들은 이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들어선 만큼 재배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 10여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에선 기후변화에 발맞춰 5월 중순 무렵 이뤄지는 이앙시기를 6월 중순으로 미루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 유덕규/전남도 식량원예과장
"생육기간이 길어서 각종 병해충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집니다. 그만큼 생육 관리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래서 적기 이앙하게 되면 농업 경영비도 절약할 수 있고.."
또 이번 벼 깨씨무늬병의 경우 양분이 부족한 노후화 논, 특히 모래가 많은 사질답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피해 논의 볏짚을 그대로 논에 환원해 토양 양분을 보완하고, 농업기술원의 무료 토양검사 서비스 등을 통해 질소량 등을 점검할 것을 권장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이제는 달라진 기후에 맞는 농업의 전환이 필요해졌습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
#기후변화 #병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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