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남 전복 산업이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 소비 부진의 삼중고로 산업 붕괴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공멸의 위기감이 커지자 전라남도가 결국 전체 양식 면적의 20%를 감축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큰 어민들 사이에선 더 큰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서일영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땅끝항에서도 배를 타고 30여분을 달려서야 도착한 완도군 노화와 보길도 해역.
이른 아침부터 전복 선별 작업에 나선 어민들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전국 전복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완도에서도 양식장이 가장 밀집한 지역.
그 화려했던 명성을 뒤로한 채 점차 사업장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 김대정 / 전복 양식 어가
"이제까지 같은 양으로 먹고 살았는데 줄여버린다면 전복 단가는 하락하지 어떻게 감당을 해요? 애들은 커서 더 (돈이) 필요하지.."
전라남도는 위기의 전복 산업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5년 간 320억원을 투입해 전복 가두리 10만칸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내 시설 20%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 전복 가두리 양식 시설 한칸을 설치하는데만 100만원 이상이 투자됐는데요.
이번 감축 사업에선 이 한 칸당 철거비 20만원과 감축지원금 12만원 정도가 주어질 예정입니다.
지난 10년 간 양식 기술 발달 등으로 생산량은 2.6배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로 전복 가격은 절반 수준까지 폭락했습니다.
결국 전복 어가의 평균 대출 규모가 전국 어가 평균의 1.6배까지 불어나면서 공멸의 길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감축을 선택한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은 전복 양식을 대체할 품목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기후 변화로 폐사량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축은 곧 생계 축소를 의미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누가 얼마나 줄일지, 어촌계마다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일부 지역에선 이미 어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 최경동 / 전복 양식 어가
"신규 오촌계원들은 (규모가 큰) 많이 키우는 유지 어민들이 좀 더 줄여라. 그다음에 이제 유지 어촌계원들은 우리가 현재까지 동네를 지켜왔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는 줄이겠지만 많이는 못 줄이겠다. 하는 상황 속에서 지금 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남도는 구조조정과 함께 대기업 전복 제품의 국산화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하며 어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어민들은 수요와 환경 변화에 맞춰 다른 품종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양식 면허 체계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일영입니다.
#전복산업 #전복양식장 #과잉생산 #가격하락 #소비부진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출입처 : 경찰, 검찰, 교도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