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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다단계 하도급..직장 내 괴롭힘 감춘다

윤소영 기자 입력 2025-10-29 14:29:48 수정 2025-10-29 18:39:14 조회수 165

(앵커)
조선소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동료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소식 며칠 전 전해드렸는데요.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로 조선소의 복잡한 하도급 고용 구조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윤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소에서 2년 동안 선박 건조 일을 해 온 아이티 국적의 산드로 씨.

지난 20일, 한국인 동료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지만, 업체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 산드로/조선소 2차 하청업체 노동자
"가해자가 한국인이라 회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 실망했습니다."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복잡한 고용구조에 있습니다.

현대삼호는 80개 사내협력사를 두고 있고, 협력사들은 다시 개인사업자를 통해 이른바 '물량팀'을 운영합니다.

개인사업자 한 명이 10명 안팎의 노동자를 거느리며 같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구조입니다.

형식상 도급계약이지만 대부분 원청의 작업 지시에 따르다보니 불법 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최용현/변호사
"불법파견의 가장 큰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게 구체적인 어떤 작업지시가 있냐, 작업지시들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정규직이랑 비정규직이랑 같이 일을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구조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팀장을 겸하는 개인사업자는 법적으로 '사용자'로 보기 어렵고, 팀 단위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 조선소 A물량팀장(음성변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개인사업자 팀장들이 '그냥' 하고 넘어갈 때도 많이 있겠죠. 아예 보고를 안 하고. 인원이 부족하면 (팀 노동자가) 그리 파견을 좀 갈 때도 있죠."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조선소 사내협력업체 400여 곳 내 인력 40% 이상이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물량팀 등 하도급 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 금속노조 등에는 직장 내 괴롭힘 뿐 아니라 산재 승인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상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2만 3천여 명에 달하는 만큼, 각종 사건, 사고가 드러나지 않는 채 묻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윤용진/전국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사무장
"(하도급 노동자는)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사실상 종합소득세를 내는 사람들, 그러니까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는 거거든요. (원청은) 문제가 발생해도 회피하는 거죠."

"한편, 이런 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이번 달부터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둔갑시키는 '꼼수 계약' 단속에 들어갔는데요.

이번 조치가 위태로운 조선소 노동환경을 드러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MBC 뉴스 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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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윤소영 sy@mokp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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