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4년 전 여름, 태풍 '무이파'로 인해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절반 가량이 부서지면서 정부는 다시는 태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른바 ‘슈퍼방파제’ 건설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 뻥튀기에다
소송, 수사외압 등 온갖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방파제 건설 의혹을 집중취재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찜찜한 설계를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서해를 따라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에 자리한
신안군 가거도.
지난 2011년 태풍 무이파에 방파제의
절반 가량인 200여 미터가 부서졌습니다.
여객선 운항마저 중단되자 정부는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새로운 공법을 택했습니다.
‘사석경사식’ 대신 ‘케이슨 공법’을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가거도 방파제는 둑처럼 구조물을 쌓는
기존 방식이 아닌 아파트와 같은 벽체를 세워 파도를 막는 방식입니다."
케이슨의 무게는 1개당 1만톤.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은 대형구조물인만큼
지반조사가 중요합니다.
설계업체가 정부에 제출한 676페이지 분량의 설계용역 보고서입니다.
1981년도와 2002년 지반조사 자료만 기재돼 있습니다.
슈퍼방파제가 이전보다
80미터가 더 넓어졌는데도 과거 가거도 방파제 공사를 했던 업체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베껴 사용한 겁니다.
* 00설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지반조사 기존에 했던 게 없는게 아니고 많이 있었으니까 기존 자료 활용하면 되는 거니까.”
실제로 이 설계 결과를 받아들고 공사를
하려던 시공업체는 조사를 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설계에 빠진 연약지반을 확인한 겁니다.
* 당시 공사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지금도 생각해봐도 연약층이 있었다라는 사실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아무도 안 했어요. 너무도 ,왜냐, 설계 때 그런 것은 이미 확인을 하기 때문에."
잡음이 일자 해양수산부는 설계업체에 책임을 묻는 대신 뒤늦게 슬그머니 공사비를
늘렸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설계업체가 안전검증을 위해 한 대학에 맡겨 실시한 수리모형실험 결과입니다.
구간별로 추가파까지 포함해 11에서 13.5미터의 파고까지 실험했습니다.
케이슨 공법을 적용한 구간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 00설계업체 관계자/음성변조
"공무원들이 한 10명 정도가 참관을 했고 거기 회의록 결과에는 거의 안정한 걸로 나왔어요."
사실일까?
MBC가 확보한 대학 측의 실험 결과 문서입니다.
같은 방파제 구간에서 파도를 막는 구조물 등이
움직이거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 실험 진행 교수/음성변조
"우리는 실험에서 흩어질 수 있고 (실제로) 흩어졌어. 근데 이제 그 00(설계업체)에서는 '안정하다, 전혀 문제 없었다' 이렇게 아마 냈겠죠."
설계업체는 실험 원본 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1차례 실험에 참관한 해양수산부 역시
이상이 없다며 설계업체 주장을 거들었습니다.
* 해양수산청 관계자/음성변조
"(설계업체가) 조작이나 수정을 했다고는 이렇게 결론은 안 돼 있고요. 그렇다 한들 이게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완료되어 실효가 없다."
하지만 설계업체의 보고서를 이상히 여긴 공사업체가 같은 조건으로
해당 대학에서 실시한 실험과,
또다른 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모두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계업체와 해양수산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공사는 공법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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