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 올레길을 일구며 우리 시대에
쉼과 치유라는 화두를 던졌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영면에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주를 바꾼
그녀의 업적을 기리고 있지만,
사실 고인의 발걸음이 시작된 곳은
1980년 오월의 광주였습니다.
광주에서 죽어간 이들에 대한 부채감을
평생의 원동력으로 삼아,
제주의 길 위에서 그 아픔을 승화시켰던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제주문화방송, 홍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푸른 바다가 빛나는 서귀포 해안.
늘 두건을 두르고 올레길을 누비던
'간세다리' 서명숙 이사장이
이제는 한 줌의 별이 되어
고향의 바람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2007년 9월 성산읍 시흥리에서 1코스를 시작해
27개 코스, 437㎞의 길을 완성하기까지.
그녀가 일군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속도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놀멍 쉬멍'
자신을 마주하는 치유의 성지가 됐습니다.
* 안은주/사단법인 제주올레 대표
"길 위에서 내가 나를 마주하는 그날, 세상 못할 것도 없고 세상 두려울 것도 없다는 것을 이사장님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통해서 저희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영결식에는 각계 각층의 인연들이 모여
고인을 추억했습니다.
고인의 친구인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소탈했던 그녀의 뒷모습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배우 류승룡 씨는
인생의 힘든 시기에 숨통을 틔워준 올레길에
감사를 전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습니다.
* 류승룡/배우
"관심과 섬세함으로 이어준 이 마음의 길들 헛되지 않게 퇴색되지 않게 더더욱 남은 저희들 서로 응원하고 보듬으며 꼬닥꼬닥 놀멍 쉬멍 걸으멍 채워 나가겠습니다."
해외에서도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아시아 트레일즈 네트워크 관계자들은
고인의 저서가 대만에서 출판 승인됐다는
소식을 영전에 바치며 제주에서 시작된
평화의 길이 전 세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제주올레의 창조 아이디어를 건넨 동료도
아쉬운 이별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 잔느 헤니/스페인 환경운동가
"우리의 만남은 운명적인 조우였고 우리의 이별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제주도는 고인에게 감사패를 헌정하며
제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꾼 그녀의 공로를
기렸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끝까지 가라."
고인이 남긴 말은 이제 길 위에 남은 수많은
올레꾼들의 가슴 속에 이정표로 남았습니다.
* 고 서명숙/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2024년)
"(제주올레가)높이 평가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것은 저는 근본적으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제주 자연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길을 내준 마을 분들의 마음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 올레'를 내러 먼저 떠난
고 서명숙 이사장, 그녀가 남긴 길은 오늘도
수많은 발길을 품으며 꼬닥꼬닥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홍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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