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주]사계항 춘지등대 철거‥"사라진 해양문화유산"

남민주 기자 입력 2026-07-16 10:53:33 수정 2026-07-16 13:43:03 조회수 179

(앵커)
어촌 마을을 살리고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국책 사업이, 역설적으로 그 마을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역사적 자산을 지워버린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재일교포 부부의 고향 사랑이 깃들어 큰 사랑을 받았던 서귀포 사계항의 '춘지등대'가 철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주문화방송, 남민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귀포 앞바다.

푸른 물결 사이로 빨간 등대가 보입니다.

1995년 세워진 춘지등대.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춘지씨가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뒤 고향 사람들의 안전한 뱃길을 위해 자비를 들여 세웠습니다.

서귀포 바다를 사이에 두고 4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남편 강진황씨가 세운 진황 등대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춘지 등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 고병조
"가족들이랑 이쪽에 참 자주자주 오는 곳인데 최근에 와서 보니까 등대가 없어졌더라고요. 평소에 예쁘게 보던 등대고 보기도 좋았는데…"

서귀포시가 100억 원짜리 국비 지원 사업으로 방파제 연장 공사를 하면서 등대를 바로 철거한 겁니다.

"지금은 철거된 춘지등대가 있던 곳인데요. 밀려오는 너울을 막기 위해 방파제를 40미터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재일교포의 고향 사랑이 깃든 가치 있는 문화 자산이었지만, 국비 공사라는 이름 아래 단숨에 철거됐습니다.

* 강만익/ 제주도 문화재위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자수성가한 재일교포가 마을의 어업 발전을 위해 만들었던 등대는 살아있는 해양문화유산에 해당됩니다. 등대 원형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귀포시는 등대 설계 기준이 바뀌어 기존의 춘지 등대를 사용할 수 없어 철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주도 서귀포시 관계자 (음성변조) 
"해양수산관리단에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등대 지금 설계 기준이 좀 바뀌었어요. 그래서 신규 제작 들어가고…"

서귀포시는 지난해에도 원도심의 상징이었던 관광극장 철거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고, 최근에는 반려견 수영장을 만든다며 생태계가 살아 있는 소하천을 콘크리트로 메워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MBC 뉴스 남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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