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방어용 산성인 줄 알았는데 '왕' 도장 나왔다

윤소영 기자 입력 2026-09-17 17:27:39 수정 2026-09-17 17:28:45 조회수 36

(앵커)

해남의 통일신라시대 산성에서 '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청동 도장과 금동 허리띠가 나왔습니다.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잇따라 출토되면서 단순한 군사시설이 아닌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담당했던 거점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해남 현산면의 산 정상.

능선을 따라 거대한 돌들이 성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다산성입니다.

지난 6월부터 정비 사업을 위해 처음으로 발굴에 나섰는데, 유물 100여 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눈에 띄는 건 작은 청동 도장.

도장에는 '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행정문서 등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당나라 양식의 금동 허리띠 장식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당시 높은 신분을 상징하는 유물로, 이 지역을 다스리던 행정구역의 위상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수진/동신대 K-남도문화학과 교수 "인장 같은 경우는 우리가 지금 공문 처리하듯이 관인입니다. 공공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고다산성이라는 조그만 산성에서 나왔다는 게 굉장히 큰 의의가 있는 거고요."

또 다른 결정적인 흔적은 '새금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입니다.

'새금'은 백제시대 행정구역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글자가 새겨진 이런 기와는 당시 관청 같은 공공시설에 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고다산성이 외적을 막던 군사시설을 넘어 이 일대 정치와 행정을 담당했던 지방 통치의 거점이었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기자) "색이 다른 황토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요.

마한시대부터 통일신라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이 산성이 계속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성벽 아래에서는 마한시대 유적이, 통일신라시대 성문에서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여러 차례 고쳐 쓴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정일/영해문화유산연구원 기획연구실장 "마한 세력이 백제 때도 있었을 가능성도 높고 통일기 때 그리고 그 이후 조선시대까지 계속 사용했기 때문에 이 지리적 이점을 사용해서"

군사시설로만 여겨졌던 산성에서 지방 통치의 흔적까지 모습을 드러낸 고다산성.

해남군은 이번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유산 지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윤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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