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과 신청곡
남편이여, 사랑합니다.
결혼에 골인 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살집이 있는 남편은 무척이나 튼실하게 보였고 딱 내 스타일이였습니다.
결혼해서 살고 보니 더 진국이었습니다.
그래 결혼 참 잘했다! 생각하고 늘 감사하며 두 딸 낳고 잘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밤에 날이 더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잠시 제 영혼이 이탈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남편에게 바가지라는 것을 박박 마구 긁어댔습니다.
제 사연은 이래요.
남편 폰을 어지간하면 잘 안만져요.
남편 사생활이라는 것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보다도 남편은 항상 폰을 개방해 놓고 여기저기 굴리는 통에
열어보고 싶다는 호기심마저도 원래가 없거든요.
그러나 일이 생기려면...
남편이 늦게 들어와서 만지작거리다가 소파에 내동댕이친 폰을 어쩐지~~ 열어보고 싶은거예요.
그리하야! 딱 열었습니다.
도대체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무관심한 듯한 우리 남편은 무슨 문자를 주고 받은가 싶어서
쫙악 열었더니...음마....
'잘 들어가셨어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등등
분명 여자 냄새가 나는 문자가 있었어요.
주고 받은 문자가 있었고 전화를 주고 받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갤러리란에 들어갔더니 딸 나이즘 되어 보이는 여자하고 찰칵! 한 컷이 있었습니다.
욕실에서 씻고 나온 남편에게 누구냐고 대뜸 따져물으면서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마구 읊었습니다.
남편 얼굴이 허애지면서 대꾸를 않는 거예요.
저를 보고 시큰둥해서 들어가는 남편뒤를 따라가서 미주알 고주알 읋어댔더니 남편이 그랬습니다.
"주영이 몰라? 10년전에 내가 장학금 전달한 인연으로 조금씩 도움을 줬던 학생!
주영이가 찾아왔어. 취직했다고. 내게 저녁 대접한다고. 사귀는 남자친구랑! 내가 주영이하고만 찍은 사진이
궁금해? 그 남친이 곁에 있었거든. 둘이만 기념 사진 박으라며 자리를 비켜주는데 기어커 같이 찍자고 해?"
남편은 멍해지는 저를 보며 아주 확인 사살을 했습니다.
"당신 안부도 묻더라 전화 한 번 해봐!"
아~~그런 거였어?
남편은 아침식사때도 저를 보고 아무런 말도 안했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한 저에 대한 미운 감정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이지요.
그나저나 어찌해야 할까요?
감정의 기복이 없는 사람이라 싫다 좋다 표현을 심하게 하지는 않지만 저로부터 받은 상처를 달래느라
남편도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그런 남편에게 뭐라고 하며 다가가야 할까요?
미안하다고 하면 괜찮다고 몇번이나 하겠지만 마음속 응어리를 쉽게 풀지 못할 것 같은데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까요?
차라리 저보고 이러쿵저러쿵 속마음을 마구마구 픔어내버리면 제 마음이 더 편하겠는데
아~ 지금 제 속은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려고요.
아무리 애를 써보지만 남편이 이 노래 가사처럼 자꾸 먼 곳으로 가는 것 같은데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금방 괜찮아 질 수 있겠지요?
꼭 들려주셔요.
이문세 ==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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