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음흉한 초콜릿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수학 시간에 한참 문제를 풀고 있었는데, 도무지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나오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짜증마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준진이를 쓱 봤다.
이미 문제를 다 풀고 여유롭게 연필을 돌리며 놀고 있는 모습이 괜히 얄밉기까지 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속삭였다.
"야, 준진아.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야? 좀 알려줘."

준진이는 장난기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려줄게. 근데 대신 내일 초콜릿 하나 가져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문제를 푸는 게 급했기에 나는 냉큼 "알았어!" 하고 대답했다.
준진이가 알려준 방법을 따라 풀어보니, 거짓말처럼 문제가 술술 풀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준진이가 너무 고마웠다.

다음 날,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콜릿을 챙겨 갔다.
준진이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말했다.
"어제 도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어쩐지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야, 걔 준진이 좋아한대!"
"초콜릿도 줬다며?"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하필 초콜릿을 준 날이 밸런타인데이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퍼진 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초콜릿을 준 건 사실이니까.
나는 그저 속으로 외쳤다.
'진짜야, 얘들아! 그냥 약속이었어!'

 

 

 

신청곡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입니다....

댓글(2)
  • 2025-04-28 10:29

    잘못된 만남 노래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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