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과 신청곡
아주 특별한 고민 상담
저는 북구에 사는 김지영이라고 합니다.
아주 특별한 고민이 있어 평소 즐겨 듣던 정오의 희망곡에 사연을 보냅니다.
제 주변에는 배우 박보검씨의 열성 팬이 한 분 계십니다. 워낙 인기 스타라 박보검 팬이라고 자처해봤자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닐 테지만 1937년생 할머니 팬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올해로 81세가 되신 이 특별한 팬은 매일 새벽 5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단장을 마친 후 보검씨가 나온 유튜브를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실 뿐만 아니라 하루 중 식사시간과 간단한 개인 일정을 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유튜브와 기사를 통해 보검씨를 만나는 일을 하루의 낙으로 여기십니다. 이 분은 바로 광통신계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광주 광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던 박사님의 아내 백재학 리 여사이십니다.
박사님을 따라 196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30년 가까이 뉴저지, 보스턴에 거주하시다 1991년 한국으로 들어오셨는데 안타깝게도 5년 전 박사님을 먼저 떠나보내셨습니다. 유난히도 금슬이 좋았던 내외였던 터라 여사님은 박사님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쉽게 추스르기 어려워 매일 하셨던 것처럼 퇴근시간만 되면 이제는 돌아올 사람도 없는 현관 문 앞을 지키고 서 계셨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 만이 긴 세월동안 많이 낯설어진 한국에서 홀로 허전함을 달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젊은 시절 박사님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는 주인공 ‘이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영의 역할을 맡은 배우 보검씨의 말투와 몸짓은 여사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몇날 며칠 잠을 설치며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애틋함을 느끼기도 하고 동시에 박보검이 라는 배우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습니다. 보검씨 배우 인생에 다시는 없을 가장 열성적인 팬이 된 것입니다.
언제나 스타를 만나고 싶어하는 팬의 마음은 나이가 지긋이 든 할머니라도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보검씨를 만나고 싶으셨느지 매일 밤 꿈에 보검씨가 여사님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평생에 다시없을 사랑처럼 사모하셨던 박사님보다도 앞서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며 소녀 같이 웃으시는 여사님을 보고 있자면 보검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지인들은 여사님께 새로운 활력을 준 보검씨께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똑같이 남편을 먼저 보낸 친구들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신과는 달리 울먹이느라 통화가 힘들다는 귀여운 애교까지 보여주시는데 어떻게 고맙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힘쓴 박사님을 내조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하신 여사님 인생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하면 보검씨와 여사님이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소속사에 메일을 보내보고자 하는데 담당자가 너무 바쁜 나머지 메일조차 못 열어 보실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보검씨를 만난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는 이 특별한 팬에게 어떻게 그 기회를 만들어 드릴 수 있을까요? 그럴 수만 있다면 서울 방문도 마다치 않겠다는 열의에 찬 이 사연 많은 팬을 위해 청취자 여러분의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기다립니다. 후기와 함께 다시 찾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청곡으로는 구름이 그린 달빛 ost중 박보검이 부른 ‘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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