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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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의 비애

저는 왼손잡이입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양손잡이죠..
어린 시절 저는 왼손잡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는 왼손잡이는 천덕꾸러기였습니다.
지금이야 왼손잡이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네, 감성이 풍부하네 등 좋은 의견이 많지만 ...
그 때는 왜 그랬는지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왠지 오른손잡이 아이에 비해 열등적인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왼손을 사용하면 부모님들은 그걸 고치게 하려고 무딘 애를 썼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숟가락을 툭툭 쳐 밥을 못 먹게 했고,
왼손으로 숙제를 하고 있으면 연필을 오른손으로 쥐어주곤 했습니다.
오른손으로 글을 쓰면 삐뚤빠뚤 예쁘지도 않았는데..
그러던 제가 오른손을 사용하게 된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니 사건이라기 보다는 제 욕심에서 시작됐죠..
왼손을 사용한 저를 보다 못한 저의 부모님은 어느 날 온 가족을 긴급 소집해
제안을 했습니다.
바로 저녁 시간에는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정하자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문제는 단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는 데 사용된 방법은 쟁반에 과자 한 봉지를 부어서
그 과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오른손을 사용하는 저의 오빠나 언니는 듣기 좋은 소식이었죠..
하지만 제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왼손을 사용하는 제가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게다가 먹을 것을 바로 눈 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그 아픔이란...
어린 나이에 벌써 ‘그림의 떡’이라는 속담을 깨우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자를 먹기 위해 그 날부터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연습했습니다.
피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어렵사리 과자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후 전 지금 양손잡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번에 못 잡아서 국과 반찬을 한꺼번에 먹지 못하지만,
저는 국과 반찬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답니다.
부모님의 노력으로 흡족한 결과를 낳은 셈이죠..
요즘엔 왼손잡이를 보는 시각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 땐 왜 그랬을까요?

이혜진 : 광주시 서구 상무 1동 9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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