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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수학 여행 떠난 딸아이에게서 이른 아침에 달려온 문자랍니다.
그래서 제가 답을 보냈지요
그곳까지 가서 돈을 잃어버리다니 쯧쯧 친구들에게 별려서 타고와라
그전날에이런 문자가 왔어요
엄마 친구들이 날 바닷가에 빠뜨려서 옷도 운동화도 적어버렸어 학교로 운동화가져와.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받고보니 격세지감이 절로 느껴지더군요.예전에 우리 수학여행에는 집에 전화할려고 여관집공중전화앞에는 장사진을 이루었었는데....
덜렁대는 녀석의 모습이 수학여행지까지에서 훤히 그려지더군요.
딸아이의 수학여행 짐을 챙기면서 추억속에 묻혀버린 시간들을 반추해보았습니다. 벌써 23년전의 수학여행이 돼버렸네요.
지금 아이들처럼 여행이 많지 않던 때라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의 바깥 나들이는 수학여행이 전부였습니다.유일한 바깥 나들이에며칠전부터 가슴은 설레었습니다.하지만 여의치 않은 집안 형편에 가슴을 졸여야했지요.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아이들은 친구들이 여행을 떠나 있는동안 학교에 나갔어야했거든요.실제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몇명있었습니다.
시골 아이들 제다 엇비슷한 형편이었지요.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농사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조건하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어렵게 갔던 때문인지 그 당시 수학여행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산이라고는 동네 뒷산에 오르는게 전부였던 아이들에게 설악산 흔들바위는 이제와 생각하니 덩치큰 큰 바위얼굴이었습니다.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갯내음물씬풍기는 서해바다와는 사뭇 달랐습니다.커다란 고깃배도 재 하나넘으면 만났던 내 고향의 통통배와는 달랐습니다.세상이 커다랗게 보였습니다.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을 여행내내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20여명이 함께 잠을 잤던 여관방은 밤새도록 아이들의 수다로 시끄러웠습니다.불끄며 자라고 다그치는 선생님이 지나가고나면 다시 불을켜고 이러기를 몇번하다 새벽녁 잠이 들었습니다.누가 깨우기도전에 이른 아침에 일어나 수도꼭지로 달겨들어 머리를 감았지요.서로머리 감겠다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2박3일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피곤함을 잊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났던 너무도 즐거운 여행이었지요.
다른여관에서 묵고 있던 다른 학교 남학생과 창문사이로 쪽지도 주고받았던 말썽쟁이 수경이 그 아이는 어디 사는지
보라빛 오동꽃 흐드러지게 핀 이5월에 추억만들기를 함께했던 그 아이들이 보고싶습니다.
광주 남구 주월동 361-19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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