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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추억
아들 녀석이 학교에 다니니 담임선생님께 무슨 선물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뭘하면 좋을까 하고 물어봤더니...
세상에.. 스승의 날에 학교를 쉰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 아이들끼리 십시일반으로 걷어서 선물을 한다고 그러는 겁니다.
요즘 스승의 날이 점점 돈으로 그 뜻이 퇴색해진다고 하는 말은 들었는데..
막상 이렇게 삭막한 스승의 날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사실 한 15년 전 제가 학교에 다닐 무렵만 해도 스승의 날은 학생들 잔치 날이었습니다.
교탁 위에 꽃이며, 케잌이며, 조그마한 선물을 쌓아두고..
칠판에는 선생님을 향한 고마움의 메시지를 적어두고..
그리고 벽에는 오색빛깔 풍선을 주렁주렁 메달아 놓았습니다.
이 작은 이벤트를 위해 우리들은 일주일 전부터 선생님 몰래 회의를 했고,
이른 아침부터 나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교실을 치장했습니다.
아이 한 명은 몰래 선생님이 오시나, 안오시나 동태를 살피고,
나머지 아이들은 각기 교실도 꾸미고, 폭죽도 준비하고, 노래도 연습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저 멀리 오시면..
망보던 아이의 외침에 아이들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폭죽과 함께,
‘스승의 은혜는~~ ’ 노래를 열창했죠...
그럼, 선생님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시곤 했습니다.
그리곤 선물 중에 케잌 등 먹을 게 있으면 우리들을 주시곤 했습니다.
스승의 날은 선생님을 향해 우리들이 준비하는 소박한 잔치였습니다.
더불어 스승의 날에 떠오르는 작은 추억이 있습니다.
바로 몰래 짝사랑했던 선생님에 대한 마음 표시 였습니다.
생각해보면 몰래 짝사랑했던 선생님은 대부분 담임이 아니라, 부담임이거나 담당하는 반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총각이니까 그랬겠죠?
여하튼 제 생각에 챙겨주는 아이들이 없어서 쓸쓸해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했기 때문에 선물 하나 주고 싶었겠죠..
그런데 학생신분이 돈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생각했던 꾀가 ... 엄마가 선생님 주라고 제게 들려준 선물을 담임 선생님이 아닌 제가 짝사랑하는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대신 담임선생님께는 장미꽃 한 송이 사서 교탁위에 사뿐히 올려놨죠..
엄마가 선물 잘 갔다드렸냐고 하면 뻔뻔스럽게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선생님이 선물 받고 아주 좋아하셨다고...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기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래 전 스승의 날은 학생들의 순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스승의 날에 이런 순박한 마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오래 전 제가 짝사랑 했던 선생님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주미선 : 서구 화정동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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