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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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때문에 이렇게 되었지 뭐예요?

지금으로 부터 17년 전
그때는 12월 초 였지만 매서운 추위가 있었고 퇴근후 약속이 잡힌 나는
내키지 않은 발걸음으로 산수 오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ㅅ제과점으로
향했지만 추위 때문에도 떨렸고 쉬 약속을 정한 내가 너무 원망스러웁기도 했다. 어찌되었든지 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내 지론에투덜대면서......
만원 버스속에서'난 얼굴만 디밀고 급한 일이 있다고 핑게치고 빠져나와 야지' 온통 빨리 빠져 나올 궁리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약속장소에서우리는 잠시 여담을 나누다 저녁을 사주어서 먹고 나오니
그 새 거리는 온통 소복하게 눈이 내려 새하얀 솜 이불을 덮고 있지 않은가?
1시간여 사이에 달라진 것은 거리 풍경 뿐이 아니고 내마음도 많은 변화가 일렁이고 있었다
맛있는 저녁이 마술을 부린 걸까?
그게 아니라면 크리스마스를 앞둔 쌍쌍의 연인들이 있는 케롤이 있는 아름다운
거리 풍경에 도취가 된 때문 이었을까?
얼굴만 디밀고 헤어져 집으로 향하리라는 다짐은 온데 간데 없이사라지고
차 한잔 마시자는 제안에 마법은또 시작되어지고 있는 듯 했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가운데 닫여진 마음이 서서히 녹아져 열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 새 우린 너무 거리감이 없는 연인이 되어 있었다
항상 자상하고 차분한 오빠들과는 반대로 늘 자기 주장이 강하고 급한 성격의
소유자. 타인에 대한 배려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더 중요시 여겨 장차 결혼
대상자로는 거의 낙제 점수를 주고있던 사람이었는데.
아니, 그런던 이 사람이 갑작스레 터프해 보이는 것도같고,자기 주장이 강한 만큼 가정에 성실할것도 같은 이 어이없는 변화는 정녕 무엇때문이란 말인가?
아까와는 전혀 딴 판으로 순화 되어버린 내 생각을 애써 지워 버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눈 쌓인 거리로 나욌다
갑작스레 쏟아진 폭설로 이미 버스는 물론 택시도 종적을 감추어 버린 듯 했다
거리는 온통 다정스레 팔짱을 낀 연인들 뿐.
스커트를 입고 추워서 떨고, 자정을 넘겨 버린 밤이 무서워서 떨고,
그렇게 얼마를 배회하다 한 여관을 들어가게 되었다
생전 처음 들어선 낮설고 불쾌함이 느껴지던 그 공기 ...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집을 나와 남자와 함께 여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면의 이유는 충분했다
새벽 교회 종 소리가 울리자 마자 그곳을 서둘러 나왔다
물론 그날 내게는 불안 초초 긴장외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후
여러날이 흐르고
또 몇 달이 지난후
그 때 나를 지켜주었던 인내심 많고 강인함이 느껴지던 그남자를 또
한 방에서 밤을 세웠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절대로 냉정해지지 못하고,
아니다 .그게 아니였다.
그 날 밤
갑작스런 하늘의 속임수인 눈때문에. 폭설때문에.그렇게 결혼을 한지 16년.
내 인생에 코가 눈 때문에 낀 것이 아닐까 ? 지금도 나는 그 때 걸린 {독 폭설}? 의 마법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은 아닌지? 때때로 의문이 생기곤 한다..
오늘도 하늘은 을씨년 스러울뿐, 아직 눈 다운 눈은 내리질 않는다
이번 주말엔, 세상살아가는 모든 걱정 근심일랑 다 잊을수 있는
아니, 다 덮어 버릴 수 있는 마법의 흰 눈이 17년 전 내 인생을
바꾸어 버린 만큼 꼭 그 만큼의 낭만과 아름다움으로 펑펑펑
쏟아지는 행운이 더해지면 참 좋을 듯 싶다


광산구 우산동 1038ㅡ11
944ㅡ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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