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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긁으며
매주 토요일에 추억 사연들을 전해주시는걸 들으면서 저또한 청취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추억이 있어 적어봅니다.
저는 어렸을때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살았어요.
연탄도 아니고 오로지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겨우내 따뜻한 구들장으로 만들고 다음해 가을까지 땔감을 마련해야하니까 낙엽과 장작이 많이 필요했어요.
그러다보니 가을 추수가 끝나고나면 온가족이 산으로 가서 일주일정도씩 나무를 하는게 연중행사였지요.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장작이 될만한 나무를 하러 낫을 들고 가시고 어머니는 새끼줄과 갈퀴를 들고 가시면 언니랑 오빠랑 저는 참거리랑 갈퀴를 들고 줄래줄래 따라나섰지요.
여기저기서 낙엽을 긁는 소리가 쓱쓱 경쾌하고, 아버지의 나무가지 후리는 소리가 팍팍 들리면 어머니는 새끼줄로 꽁꽁 묶어서 덩이를 만들어 한군데 모아두셨죠.
그렇게 나무짐이 쌓이면 배도 슬슬 고파오는데 밥대신 가지고간 고구마와 동치미가 꿀맛이었죠. 점심때는 아직도 먼것 같은데 열심히 일한 탓인지 한순간에 고구마 바구니는 바닥이 드러났지요.
해가 어스름 질때 아버지는 나무를 등에지고,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우리들은 가슴에 안고서 집으로 가지고 와서 헛간에 쌓아뒀는데 눈이와도 비가와도 걱정없는 행복을 느끼게 되었죠.
추수해서 뒤주에는 쌀이 그득하고 헛간에는 땔감이 수북하니 뭐가 부러울게 있겠습니까?
하지만 요즘엔 그런건 전혀 행복한게 아니지요. 쌀도 전화 한통화로 한포대씩 배달시켜 늘 새쌀을 먹고 가스는 걱정할 필요도 없이 매월 요금만 내면되니 그런게 전혀 행복을 주지는 못하는것이죠.
그러나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느끼던 그때가 저는 정말 그립답니다.
광주시 북구 일곡동 쌍용아파트 103동 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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