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기
무등산은 나에게 춘설차를 선물한 곳,
처음 의재 허백련 선생님의 삶과 가치, 그리고 광주의 큰 어른으로 한국 근대사회의 등불이 되어 농민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차와 예술을 알려주었던 의재선생님의 춘설헌을 방문한 기억한 생생하다.
증심사 가기 전 세인봉 줄기 아래 춘설헌은 고즈넉하고 반듯하게 아주 검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의재 선생님은 오래 전에 가셨지만 그 분이 남긴 차밭은 아직도 건재했고, 그 해 나는 춘설차 시음장에서 첫 근무를 하게 되었다. 등산을 오가는 손님들을 맞으며 춘설차를 내고, 처음 차를 접한 분에게는 춘설차가 생겨난 역사와 가치를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무등산은 그 안에 머물렀던 사람으로 인해 더 크고 웅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올 때 멀리 송정리에서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던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의재교 위의 시음장까지 걸어서 갔었다. 매일 산에 오르는 직장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오를 땐 힘들지만 닫힌 시음장 문을 활짝 열고 열나게 청소하고 나서 운무에 갇힌 산의 신비함에 감탄하며 마시던 춘설차는 어찌 그리 달고 감칠맛나게 향긋할까...... 새로운 경험은 내 눈과 의식을 바꿔주었다. 그 뒤로 직장을 그만 둔 뒤에도 차는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고, 변함없이 아침에는 매일 차를 마시고 있다.
아~ 그리운 무등산의 아침! 의재선생님이 거닐던 춘설헌 가는 오솔길에 마주치는 다람쥐와 어여쁜 차나무,새들의 노래, 무등산 증심사 뒤편에 있는 차밭에 올라 처음 노루를 보고 놀랐던 모습, 시시가각 구름과 빛의 장단에 변화하던 그 신비함이 가득한 무등산은 영원한 나의 첫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