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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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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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태풍은 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귀빈씨 !
저가 학교 다닐때는 십리길를 걸어서 다녀습니다.
이번 태풍 매미처럼 비가 많이 올때에는 동네 앞 뚝이 터져 온 들판이 황토색 빗물에 잠겨 버렸고,
마을 입구까지 물이 가득 고여 동네 사람들은 물 구경을 하며,
얼마나 많은 물이 흘려 내려 오는지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섬진강물이 황토색으로 붉게 물들어 흐르는 강물에는 온갖 잡동산이며,
굵은나무덩어리, 그리고 돼지가 떠 내려 오는 것을 보았어요.
그 모습을 지켜 보는 많은 사람들은 말없이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고,

신작로 길은 물이 잠겨 동네 뒷산 고갯길을 넘어 학교에 도착하면 첫째시간은 끝이나 버렸어요.
내가 신고 갔던 운동화는 빗물에 다 젖어 황토색 신발로 물들어 있었고,
교복이 축축해서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수업을 받았습니다.
내 사정을 잘 모르시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왜 체육복을 입고 있냐고 말씀 하셨어요.
평소에 한시간쯤이면 걸어가는 등교 길인데~~
빙~ 빙~ 둘러 동네 뒤 산길로 두시간 넘게 걸었더니, 배가 고파 학교 도착하면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 먹었습니다.
교실안은 온통 반찬냄새로 가득차 있었고.
비가 오는 날씨에는 습도까지 높아 반찬 냄새는 교실 안에 가득 채워져 들어오시는 선생님마다 코를 큭~ 큭~ 거리시면서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죠.

비가 계속 내리는 날에는 빗물이 많이 불어 위험하다고 말씀 하시면서 멀리 있는 학생들은 집으로 돌려 보냈어요. 학교가 멀리있는 시골 학생들은 하루종일 걸어서 학교 갔다 다시 산을 넘어서 집으로 돌아 왔어야 했고,
그 와중에 용돈이 있는 친구들은 이쪽 마을에서 저쪽 마을까지 나룻배를 타고 갔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읍내에 사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었는지 모른답니다.
언제나 깔끔한 교복차림에 여유있어 보이는 그 모습이 부러워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이 너무 미웠어요. 지금처럼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다음날에는 집집마다 들로 나가 다리 동동 걷어 올리고 허리 굽혀 벼를 일으켜 세웠어요. 해마다 태풍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내 어릴 때 생각에 잠긴담니다.
그때도 태풍이 불어었다고....
감사합니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제일 파크 102동 603호
장영수 956-7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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