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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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만때 우리는.....

절기상으로는 입추가 지났다지만 한낮에 도심에 끓어오르는 지열은 뜨겁기만합니다.도심의 열기를 떨쳐버리려 배낭하나 달랑메고 홀연히 떠나보고 싶습니다.도심의 복잡한 모든것을 버리고 파도 넘실대는 바다도 좋고 푸르름이 손짓하는 산도 좋겠지요.아,떠나고 싶습니다.지금 몸은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벌써 가슴은 부안의 곰소항에 가 있습니다.
작년 이만때 남들이 가는 휴가를 떠났습니다.어디로 갈지 몇날밤을 고민고민하다가 바다로 가기로 했지요.더위는 물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우리 가족이 떠난곳은 부안의 곰소였습니다.복잡하기는 하지만 남들갈때가야 제 맛이라는 남편의 고집을 못이기고 한참 휴가철에 떠났지요.이른 아침 집을 나설때는 괜찮던 날씨가 고속도로를 접어드는 흐리기 시작했습니다.그냥 흩뿌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아니 그래 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지요.시간이 흐를수록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았습니다.조금씩 내리던 비는 곰소항에 텐트를 칠때부터 억수로 쏟아졌습니다.우산이야 있었지만 우산으로 우리 다섯식구 몸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그 장대비속에 남편은 비를 흠뻑 맞고 텐트를 쳤습니다.맑은 날에 치기도 버거운 텐트 쉽지가 않았습니다.집 짓는데 바람까지 부니 곤경에 빠졌지요.어렵사리 내 집 마련을 했을때는 가족모두 비 맞은 생쥐꼴이 되고 말았지요.늦은 점심을 라면으로 채웠습니다.좀체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국물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배가 잔뜩 고파서 먹는 라면 맛이라니 정말 환상이었지요.그리고 배가 부르니 바다로 나갔습니다.이왕젖은 몸인데 비가 온다한들 눈이 온다한들 젖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습니다.비 속에 파도타기를 즐겼습니다.북적거리지 않는바다.비때문에 몇사람들이 전부 차지했습니다.신나게 파도타기하고 물위에 서서 공놀이하고 그러다 지치면 아이들과 함께 모래성도 쌓았지요.예쁜 조개도 줍고 어둠이 몰려들때까지 날저무는걸 잊고 신나게 놀았습니다.밤에는 빗소리들으며 파도소리들으며 늦도록까지 얘기꽃을 피웠지요.뒷날은 언제 비바람 몰아쳤냐는듯 아주 쾌청했습니다.더 짙푸러진 산을 배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배경으로 신나게 놀았습니다.돌아오는길에 내소사에 들렀는데 내소사 가는 길이 참 호젓하니 좋았습니다.내소사 뒤의 아름다운 경치도 좋았구요.
빗속의 지난 휴가가 참 그립습니다.아직도 창가에 놓아둔 조개에서는 곰소의 파도소리가 철얼썩 처얼썩 들리는듯 합니다.나이를 먹는다는것은 더 많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뜻이겠지요.

***작년 휴가지 곰소의 전경이 눈에 아른합니다.
광주시 남구 주월동 스카이맨션101-1113 011-618-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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