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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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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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계곡에도 전기가 들어오나요?

지금으로부터 17년전의 일이었습니다.
친구 3명과 함께 지리산 피아골로 피서를 갔습니다.
광주에서 구례까지는 직행버스를 이용하고
구례에서 다시 피아골로 향하는 완행버스로 갈아 타야 했습니다.
마침 그날은 구례 장날인지라 완행버스는 숨이 막힐 정도로 만원이었습니다.
뒤로만 들어 가라는 차장의 고함소리,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
생선냄새,땀냄새,장터에서 한잔 마신 할아버지의 막걸리냄새…..
지금이야 자가용을 이용하므로 별 어려움없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으나
그때만해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었습니다.

우리가 머물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야영지가 지정되어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무 계곡에서나 야영과
취사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짐을 풀고 야영 준비를 하는중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친구 한명이 포터블 카세트를 가져 왔는데, 전기코드를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물론 건전지는 없었지요
지리산 계곡에 전기가………?
집에 돌아갈때까지 그 포터블 카세트는 아무 쓸모도 없는 애물단지였습니다.

야영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저녁 캠프 파이어를 위하여 장작을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친구 한명이 죽은 나무가지를 자르기 위하여 높은 나무위로 올라갔습니다.
자른 나무 가지가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다른 친구의 머리에 맞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깨어나질 못했습니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어서 구조 요청이 쉽지만, 그때만 해도 안전사고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방법은 단하나 업고 산을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중 약간의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그날 저녁 날을 새며 친구를 간호했습니다.

친구중 아주 부지런한 한명이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잠잘 때 밥 해놓고
다른 친구들이 쉬고 있을 때 설거지하고…..
지리산의 일정을 마치고 구례 압록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거기서도 친구는 설거지할 그릇을 들고 물가로 향했습니다.
닦고, 행구고…………
깨끗하게 닦은 코펠을 들고 다시 텐트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갑자기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코펠들을 모래사장에
팽겨쳐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했던 것입니다
모든것을 친구에게만 맡겨 놓았으니……
그날 저녁 그 친구를 달래려고 소주병 개수만 늘려야 했습니다.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추억은 되돌릴 수 없기에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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