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황동현의 시선집중

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참여하기

작가님! 편지글로 옮겨보았습니다.


선생님!

2주전쯤에 구시청 사거리 부근에서 울고 있던 두 딸아이들의 엄마입니다.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선생님께 감사함과 동시에 가슴한켠이 뭉클해져 오는 것을 느끼곤 한답니다.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탓에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딸과 유치원생인 둘째딸 둘이서 방과후면 지하철을 타고 엄마아빠가 일하는 곳으로 오지요.

어린 여자 아이들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상당히 먼 거리를 오게 하는게 처음에는 모험처럼 느껴졌었고, 사실 지금도 아이들이 도착하기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게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몇달전부터 그렇게 익숙해지도록 알려주고 지켜보았더니 제법 잘 찾아오고 아이들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며 찾아오는 것에 익숙해 진 듯 보였습니다.



2주전 그날도 아이들은 엄마아빠에게 오기 위해 집을 나섰지요.

도착할 시간이 살짝 지났을 무렵, 어디선가 전화가 왔습니다.

딸아이 이름을 대며, 걱정스럽게 말씀하시는 60대 아저씨음성.. 바로 선생님이셨습니다.

아이들이 사무실 밖에서 대성통곡하며 울길래 아이스크림 사주며 자초지정을 물어보셨다 하셨지요.

학교친구와 놀다보니 거기까지 가게되었고, 부서진 장난감 때문에 울고 있었노라고..

아이들이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들어보시고는 어떻게 이 어린 아이들이 그 먼 곳까지 갈 수 있느냐며 안심하지 못하는 선생님 목소리에는 진정한 걱정스러움과 염려가 가득했었습니다. 그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져 오면 올수록 저는 부모로써 부끄러운 마음이 커져만 가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이들이 지하철만 타게 해주시면 알아서 온다고 해도 택시태워 보내면 안되겠냐고 하셨지요. 선생님 마음, 충분히 이해했지만 아이들에겐 지하철로 오는게 더 심리적으로나 안전면에서 낫다고 여겼기에 저는 부탁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하철역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십사 하구요..



그 무더운 날, 지하철역까지 직접 걸어가셔서 아이들 태워주시면서 지금 막 태워보낸다고 전화하셨습니다.

아이들 걸음이 워낙 더딘터라 저는 기다리는데 초조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2번이나 도착했느냐고 확인차 전화하셨지요.

아이들이 도착하여 직접 전화하게 했더니 그제서야 안도하시며 시원스레 웃으시는 선생님 목소리 자체가 얼마나 따스했던지...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했던지요.

제가 다 할 수 없는 정말 많은 부분을 보이지 않게 돕는 손길, 그 아름다운 손길이 있음으로해서 제가 부지불식간에도 수많은 도움을 받고 저 역시 사랑에 빚진자임을 가슴깊이 느낀 하루였습니다.

배려와 따스함을 지니신 선생님께 정말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 작가님!
전화주신이후로 전화번호 검색을 해보았더니 맨마지막에 남아있지 뭡니까?
다른 곳에서 전화가 한통화만 더 왔어도 잃어버릴 번호였는데 찾아서 너무도 다행입니다.
제가 전화 한번 드릴까 하다가 작가님을 통해 듣는게 낫겠다 싶어 연락드리지 않았네요.
그럼, 수고하세요..
그분 전화번호는 제 연락처옆에 남깁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