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황동현의 시선집중

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인터뷰 내용보기

[집중 인터뷰]'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 완화와 의료 민영화에 악용될 수도...(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이경민 팀장)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이,
10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입니다.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입법이 필수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지만,
 
여야 간 갈등 탓에
법안 통과가 무한정 미뤄져 왔던 겁니다.
 
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의료 부문 적용을 제외한 서발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시민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발법... 과연 무엇이 우려되는지
이 시간에 관련 이야기 들어봅니다.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 이경민 팀장, 전화 연결 돼 있습니다.
 
/인사/
 
1.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편의상 ‘서발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법의 골자, 취지는 무엇인지?
 
법안의 정의를 보면 제조업 및 농어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지칭하고, 각 분야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 이 서발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언제쯤이었는지?
 
이명박 정부였던 18대 국회 정부안으로 발의되었고, 19대, 20대, 21대까지 법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이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국회 첫날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3. 서발법이 기획재정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발의된 내용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서비스산업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뿐 아니라, 추진실적까지 점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서비스 산업이라 지칭되는 모든 영역의 사업은 해당 법의 개정 없이도 위원회의 심의 결과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위원회에서 원격의료 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심의하면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국회의 입법권 침해이며, 기획재정부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기획재정부는 경제 및 재정 정책, 예산 등을 총괄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4. 서발법 제정에 대한 여당의 의지가 강력합니다.
민주당은 의료법·약사법 같은 의료 관련법에 대한
적용 예외 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민영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일리가 있다고 보시나요?
 
서발법은 여전히 의료 민영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외하면 의료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관련법은 약 55개로, 그중 일부 법만 제외하는 것으로는 의료민영화의 추진을 절대로 막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보건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문가 의견이나 검토 없이 기획재정부 중심의 위원회가 제대로 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보건의료를 ‘산업’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분별한 규제완화법을 통과시켰고, 지금도 여전히 추진 중입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인보사 사태로 수많은 환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신약 허가와 심사기준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바이오 약품의 허가를 쉽게 내줄 수 있도록 하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고, 안전과 효용에 대한 의학적 근거나 제대로 된 심사 없이도 ‘혁신의료기기’로 지칭되어 시판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기산업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법들이 서발법의 적용을 받아 날개를 달게 된다면 의료민영화 추진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개별법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지, 기업 돈벌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5. 그 외 다른 문제점들은?
 
서비스산업에 포함되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교육’입니다. 서발법은 교육 또한 부가가치 창출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교육 시장화가 이루어지면서 외국교육기관과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추진으로 교육 분야 영리활동이 더욱 확대되면서 현재 높은 교육비와 귀족학교화 등 폐해가 매우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교육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보편적 권리입니다. 서발법이 통과된다면 교육의 시장화, 상품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그로 인한 교육불평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또한 서발법은 대기업의 ‘유통’ 분야 진출을 쉽게 열어주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통 분야는 중소상인들이 다수 포진되어 오랫동안 영업을 해온 고유 영역입니다. 최근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 유통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시장 침탈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발법까지 통과된다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중소상인들에게 큰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중소상공인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이해를 앞세운 규제완화는 중소상공인들의 삶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6. 과거 서비스기본법의 처리를 강력 반대해온 것이 의료계와
바로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시 이렇게 통과에 힘을 쏟고 있는 걸까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하여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을 민영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거래 법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나서서 법안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납득이 어렵습니다. 또한 의협도 지난 공청회에 참여해서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외하면 의료 민영화를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7. 정부가 이야기하는 ‘일자리 창출’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정부는 이 모든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합니다. 현재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저평가되고, 결국 최저생존형 일자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입니다. 먼저는 저평가된 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평가하고, 적절한 보수와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되려 규제 완화에 초첨을 맞춘다면 양질의 일자리 양산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8. 마지막으로 할 얘기?
 
2월 공청회 때, 시민단체 추천자가 진술문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공청회 전날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법률적 오류를 갖는 법안이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인지 정부와 국회에 되묻고 싶습니다. 참여연대와 시민사회는 지난 10년을 싸워왔듯이, 이번에도 서발법 제정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