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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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현의 시선집중_문학관 없는 광주시, 건립과 바람직한 운영 방침은_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_20181119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박소희
■ 진행 황동현

◇ 황동현 진행자 (이하 황) -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광주. 문화수도 광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와 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또 문학인을 배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문학인을 기르고 또 널리 알릴만한 문학관이 광주에 없는데요. 문학단체파간 파벌 싸움과 부지 매입을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수년간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공약상으로 올해 문학관 건립에 대한 조례가 제정이 됐고요. 광주시가 최종 용역 결과를 12월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이제 광주에도 문학관이 들어설 수 있을지 관련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 김선기 (이하 김) -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황 - 전국적으로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지역들이 굉장히 많죠.

◆ 김 - 네, 그렇죠. 2017년 말 기준으로요. 지금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문학관은 모두 82기관인데요. 이외에도 심의 보류된 문학관이나 또 등록되지 않은 문학, 개인 문학관을 포함한다면 약 112개에 족히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황 - 네, 상당히 많은 문학관이 전국적으로 있고 지역의 어떤 문학적인 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문학관들이 이렇게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고 있는데. 우리 관장님께서 생각하는 문학관이 갖는 의미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김 - 흔히 문학관은 문학인들의 전유공간으로 그렇게 이해하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요. 흔히 문학인들조차 그러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거는 정말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인데요. 모름지기 문학관은 한 지역의 문학사는 말할 것도 없겠거니와 그 지역의 정신사는 물론 문화사까지 아우르는 그런 복합문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황 - 정신사와 문화사, 다시 말하면 그 지역의 문화의 결집체, 총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 김 - 그렇죠.

◇ 황 - 그리고 또 우리 지역에는 이런 문학관이 건립될 만한 이름을 따서 건립될 만한 능력이 있고 또 잘 알려진 문인들이 많으시잖습니까?

◆ 김 - 그럼요. 지금 광주는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의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를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1930년대 시문학파의 중심에 있었던 우리 광주 송전 용아 박용철 선생에서 출발한 한국현대시의 산맥은 다영 김현승 선생에서 절정을 이뤘다고 그렇게 볼 수 있는데요. 특히 현대문학시를 통해서 다영 선생이 배출한 30여 명의 시인들은요. 이름만 들어도 우리가 익히 알 수 있는 그런 훌륭한 문학인들입니다.

◇ 황 - 한국문학사에서도 굉장히 큰 줄기를 이어가시는 분이 또 광주 출신인데. 지금까지 문학관이 없었다. 그 이유는 어떤 거죠?

◆ 김 - 글쎄요. 서두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광주 문화수도라고 자청하는데.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잘 아시겠지만 인문학의 출발은 문학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인문도시라는 광주에 대한민국 문화수도라는 광주에, 문학관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 우리 광주의 문화 수준을 가늠케 하는 것이어서 좀 수치스러운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 황 - 구체적으로 이렇게 문학관을 건립하고자 많은 분들이 노력도 하셨을 것 같은데. 이런 성과들을 이루지 못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김 - 참 좋은 지적인데요. 지금 문학관 건립사 문제를 두고 이번까지 4번의 광주시장님이 바뀌셨잖아요. 현재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제 나름의 견해를 말씀드린다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하나는 문학관 건립에 대한 광주시 의지가 좀 약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동안 문학관 건립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에 대해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이러한 속사정을 광주시도 모를 리가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강 건너 물 보기식으로 그렇게 보는 세월이 벌써 20여 년이 흘러버렸고요. 다음에는 광주지역 문화단체들도 한몫을 거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황 - 어떤 측면에서요?

◆ 김 - 그러니까 광주 문학의 숲을 가꾸고자하는 계승적인 견지의 접근보다도 문화단체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줬다는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황 - 그런 부분이 좀 있었다면 이제는 문학관을 대승적으로 함께 만들고 그다음에 문학관에서 서로 이렇게 융합하고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지역의 문학을 좀 더 두텁게 하는 그런 활동들이 필요하겠네요.

◆ 김 - 그럼요.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문제의 해법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문학관 건립 사업에 관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먼저 좀 역설적으로요. 주인의식을 내려놓고요. 머슴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문학관은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문학인들만의 전유공간이 아니거든요. 200만 광주시민의 정신사를 담아내는 큰 그릇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면 문제는 쉽게 풀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 황 - 주인의식을 내려놓고 머슴으로서 다시 말하면 좀 더 밑에서부터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의무, 그리고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아니겠습니까?

◆ 김 - 그렇죠.

◇ 황 - 광주시가 요즘 건립 추진 용역과 관련해서 최종 결과를 발표 오는 12월에 한다고 하고 있고 그다음에 관련 조례는 만들어져 있는 상태인데. 광주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김 - 아직까지 용역 보고서를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마는 아마도 예상컨데 문학관 건립에 대한 당위성이라든지 이를 통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 등등을 강조하는 아마 이런 쪽 문제를 열거되겠죠.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학관 건립 이후의 문제이거든요. 가령 공립문학관으로는 기능과 역할이 있는데요. 가장 핵심은 문학관이 광주시민을 위하여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즉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2017년 말 현재 문체부에 등록된 학예사는 총 5839명인데요. 이 가운데 문학 전문분야 학예사는 단 19명에 불과합니다. 광주시가 문학관 건립에 대한 의지가 정말 있다면 먼저 문학 전문 인력부터 확보해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 황 -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겠네요. 전문가가 있어야지 문학관이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지금 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지금 문학관을 건립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중앙정부에서도 지원할 의사가 있는 걸로 보이니까요. 가장 바람직한 운영 방식은 어떤 걸까요.

◆ 김 - 지금 제가 강진시문학파기념관에서 10여 년째 관장을 맡고 있는데요. 이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마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강진구는 저희 시문학파기념관이 2012년 3월에 개관했거든요? 그런데 강진구는 2010년에 그 분야에 전문가, 그러니까 문학전문학예사라든지 문학박사 학위라든지 그런 소지를 한 전문가를 공개 채용해서 문학관 건립의 업무의 전권을 맡겼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문학파 기념관을 개관과 동시에 일종 전문 박물관에 등록됐고요. 2017년에는 시골 문학관이지만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에 등재되는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사소하게 주민 주도형으로 문화 콘텐츠가 이루어졌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모든 프로그램들을 주민과 함께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문학관을 그러니까 주민 품속으로 돌려드리고 또 문학관을 지역민들의 사랑방으로 키워낸 것입니다. 이게 21세기 문화시설은 즉 말해서 문학관이나 미술관이나 박물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곳에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가도 중요한데요. 지금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입니다. 이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라 프랑스 질베르 문학관 장골 관장 말인데요. 즉 광주문학관 건립을 앞둔 이 시점에서 그분의 말씀을 한번쯤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황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 - 네, 감사합니다.

◇ 황 - 지금까지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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