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07시 55분

다시듣기

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222_음 풍경이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_장용석 문화기획자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장용석 문화기획자

■ 음 풍경이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리가 존재합니다. 사실 모든 일상이 소리에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소리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소리는 맑고 쾌적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때론 불쾌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음'이라 합니다. 소리는 같은 음(音)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의해 또는 개인차에 의해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소리, 기억속의 소리까지 포함됩니다. 그래서 소리는 그 자체로서 환경적입니다.

Soundscape ‘음풍경’이라는 말은, 소리와 풍경이 합해진 복합어인데, 이 개념은 60년대 말 머레이 쉐퍼(R.Murray Schafer)에 의해 제창되었으며, 처음엔 음 풍경 전체를 작품으로 보자는 의미로 출발하였으나, 인간과 공간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고, 특별한 음공간의 형성과 창조를 내포한 의미로 발전하였습니다. 음풍경에 대한 관점은 70년대 이후, 소리들을 도시를 만드는 환경 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도시에서 소음의 규제가 시작되었고, 바람직하지 않은 소리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 나아가 보존하고 싶은 소리들을 활성화시키고 보존, 부활시키는 작업이 병행되었습니다. 공공의 장소에, 시각 중심에서 청각과 같은 부드러운 요소가 도시 디자인에 도입되었던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환경디자인 영역에 혹은 도시 디자인 영역에 음 풍경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중요한 것으로 사운드 디자인 영역이 더욱 중시되고 있고 적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소리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하고 음 풍경이라는 사고법을 바탕으로 하여, 소리와 시각적 경관의 조화를 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소리의 관점에서 지역 문화개발을 하는 도시들이 매우 많아졌는데, 일본의 후쿠오카, 영국의 리버풀 등은 그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물론 그 도시들은 소리풍경뿐만 아니라 음악도시로서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음 풍경이라는 사고법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소리 환경디자인을 창출하자 라는 슬로건이자 공공장소에서의 소리 환경 디자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얘기입니다. 소리에도 인권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사회성이 담겨있다는 음 풍경의 사상은, 도시 자체가 음풍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줍니다. 그럼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은 어떨까요? 아직 음 풍경의 개념조차 잘 모르는 우리 지역에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다소 생뚱맞을 수도 있거나 시기상조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음풍경이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