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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90219_혼자 되어야 끝나는 고통_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박중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
■ 혼자 되어야 끝나는 고통
깊은 산속이나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러한 곳으로 가게 된 배경을 경제적 실패 때문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그 분들이 떠난 이유를 모두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사람 사이에 있어야 경제적 도움을 받기가 더 쉬울 것입니다. 그들이 떠난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괴로웠던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었을까요.
누군가가 시험에 실패했거나 오랫동안 실업자 신세가 되었을 때, 가정이 깨졌을 때 당사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생활의 불편함보다 더 두려운 주위의 시선일 것입니다. 유독 우리 사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과의 비교에 의해 자기 인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체면과 예의를 중요하게 여겼던 유교적 가치관이 남긴 유산입니다.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서구사회와 비교할 때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집니다.
남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풍토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긍정적 기능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되면 불필요한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적 어려움과 각박한 경쟁구조 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혼자였더라면 자유스러웠을 사람들이 비극적 선택을 하게 된 데에는 죽도록 피하고 싶었던 주위의 시선이 있었을 것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번민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남의 눈을 두려워해서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외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덜 위험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넓게 생각해보면 남의 눈으로 자기를 보고 남들과 비교하여 인생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입니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인생 여정이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지금의 성취와 경험에 이르게 되었는지 바로 볼 일입니다. 주위사람들의 지금과 나의 지금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외형적으로 나아지고 내면이 깊어졌다면, 그리고 계속 추구할 목표가 있다면 나의 인생은 가치있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다면 필요없는 고립과 슬픔과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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