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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칼럼 20190218 아무리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지만 _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
■ 아무리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지만
작년 여름 보수성향 인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현 정부에 대한 성토가 대화의 반찬이었습니다.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보수후보를 당선시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발언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밥값은 해야 했기에 저는 그 분들에게 두 가지 고언을 드렸습니다.
하나는 박정희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수에게 박정희시대는 가난한 나라를 살만한 나라로 바꾸어놓은 산업화의 황금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박정희는 대통령 재임 18년 동안 세 번의 심각한 외환위기를 초래하여 국가경제를 파탄시키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최종 책임자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세 번째 외환위기로 고통 받던 1979년, 박정희는 끝내 대통령직과 목숨도 함께 잃었습니다. 자유, 시장의 원리와 가장 먼 박정희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섬기는 건 자기모순입니다.
한 가지 더 말했습니다. 5.18을 보수의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고언이었습니다. 그래야 보수는 진보와의 정체성 경쟁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이승만이 만들어 박정희가 발전시키고, 전두환이 고도화시킨 산업화된 한국을 이제 선진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보수판 역사바로세우기의 걸림돌이 5.18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전두환체제가 3저 호황과 수출고도화, GDP성장 등 경제지표를 아무리 들이밀어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국민을 학살한 역사적 범죄사실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5.18학살을 헌정질서문란 사건이라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판결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1995년 5.18특별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에서 12.12와 5.18학살과 같은 자유민주적 헌정질서 문란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는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보수세력에겐 진보세력 정체성의 원천인 5.18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전두환을 복권시키기 위해 헌정질서 문란을 상쇄시킬만한 예외적이고 비정상적 상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특수부대 광주 잠입과 같은 허구적 소설이 등장했고, 그렇게 믿고 싶은 보수의 강박관념이 소설을 사실로 둔갑시킵니다. 전형적인 리플리 증후군입니다.
자유한국당에게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해석은 엉뚱한 소설이 아니라, 사실의 발견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5.18의 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2018년 3월 5.18진상규명특별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던 것 아닙니까? 위원회가 출범도 하기 전에 엉뚱한 결론부터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자기부정입니다. 상식을 회복해야 보수의 살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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