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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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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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불만의 겨울을 피하려면_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_20190131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오승용 킹핀정책연구소 소장

■ 불만의 겨울을 피하려면

이 이야기는 1974년부터 시작됩니다. 그 해 탄광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에드워드 히스 수상은 “누가 영국을 지배하는가, 정부인가 노조인가”라고 외치며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끝내 노조에 굴복한 후 노동당에게 정권까지 넘겨줍니다. 노동당의 캘러헌 내각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임금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이하로 묶으려 했으나, 공공부문 노조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1978년 겨울부터 1979년 초에 이르는 추운 겨울 내내 그치지 않았던 파업으로 영국 사회가 마비되었던 시기를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라 합니다. 공공노조를 시작으로 병원, 학교, 지하철, 청소노조 등이 연대파업을 했습니다. 묘지인부노조도 50%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하자, 장의사노조는 이에 편승하여 관 가격을 50% 인상하는 바람에 ‘불만의 겨울’엔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총파업을 거쳐 1974년부터 노동당이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실업률은 1975년 3.1%에서 77년 4.2%, 78년 4.4%로 계속 상승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은 1975년 23.4%에서 1979년 18.4%까지 진정될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여기에 노동당의 심장인 노조가 노동당 정권의 발목을 잡자 결국 캘러헌이 실각하고, 마거릿 대처가 영국의 수상이 됩니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모두가 아는 바입니다.

아직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고, 촛불을 들었던 지역민의 열정이 식지 않았는데 연초부터 다소 우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걱정거리부터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당정부가 실패했던 이유는 정책능력 부재가 일차적이었지만, 핵심 지지집단의 이기주의를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권의 성패는 경제가 좌우하는데, 물가와 일자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면 정권재창출이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선 개혁과 사회적 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광주형일자리, 혁신도시 상생, 군공항 이전 등 지역현안부터, 청년일자리·노동생산성 향상·연금 및 복지개혁 등 하나같이 나의 삶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만 빼고’가 아닌 ‘나부터’ 개혁과 혁신에 동참하고, 내 것을 줄여 남과 나누는 공생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길을 가야 합니다. 이것 외에 한국판 불만의 겨울을 피하는 다른 길은 없어 보입니다. 민주노총이 새겨들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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