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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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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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성탄절 묵상_조선대학교 이동순 자유전공학부 교수_20181225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조선대학교 이동순 자유전공학부 교수

■ 성탄절 묵상

여기저기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온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캐럴이 울려 퍼지는 오늘,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인간으로 오신, 예수의 탄생일입니다. 하늘이 준 성스런 시간, 하얀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라고,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아이들이나 연인들, 어른들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설렘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는 성탄절입니다.

오늘, 저는 온갖 슬픔과 고통을 깨끗하게 씻어줄 것만 같은, 하얀 눈을 기다립니다. 눈이 내리면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중략)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이해인, 「성탄 편지」) 모두 용서해 줄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립니다.

예수의 탄생을 기리고 축하하는 노래가 온 세상에 퍼지는 시간, 자리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부자와 가난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내려서 따뜻하게 감싸주는 하얀 눈처럼, 오늘은 하늘의 은총과 축복이 온 세상에 한가득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성탄 캐럴에 속에서도 우리는 홀로 사는 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의 아프고 쓸쓸한 외로움을 달래드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온몸을 던졌던 예수는 높은 첨탑 위의 십자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그가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 있음을 고백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은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듯이, 우리도 예수의 삶을 새기는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한편을 들려드립니다.

동청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는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김현승, 「크리스마스와 우리집」

김현승의 시 「크리스마스와 우리집」처럼 오늘만이라도 모든 이들의 집집마다 예수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한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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