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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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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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스마트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 방법_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_20181203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

■ 스마트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 방법

스마트폰이라는 게 참 들여다볼수록 신통방통합니다. 뭔 기능이 그리도 많은지 끝도 없습니다. 텔레비전도 있고 게임도 있고 노래도 있고 책도 있고 잡지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천지에 온갖 재미난 것은 전부 다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그것만 들여다보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 무궁무진한 기능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필수 기능 딱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카메라입니다. 이젠 스마트폰 덕분에 사진을 못 찍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럿이 산행을 다녀오거나 나들이를 하거나 행사를 하고 나면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끝도 없이 부르르 울리고 앞 다투어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올리는데 모두가 사진예술가라 할 만합니다.

저도 친한 벗들과 자주 산행을 하는데, 산에서 내려와 헤어진 뒤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저마다 찍은 사진들을 주거니 받거니 공유하기를 즐겨합니다. 어차피 똑같은 길을 걷고 똑같은 풍경을 보고 왔으니까 누가 찍어도 고만고만한 사진이겠지 싶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여럿이 마구잡이로 올린 여러 장의 사진을 보다가 ‘아니 우리가 걸었던 산길에 이런 꽃도 있었나’ ‘오메 이 작은 돌멩이에 틈에 어떻게 들어가 피었을꼬’ ‘나뭇가지가 이렇게 멋지게 뻗어있었던가’ ‘야~ 파란 하늘이 손바닥만한 물웅덩이에 옴싹 빠져있었구나’ ‘오늘 다녀온 산속에 이런 색깔도 있었네’ 하면서 뒤늦은 탄성을 내지르곤 합니다. 모두가 무심코 지나쳐 온 길 위에서 누군가는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았던 겁니다.

그런 심미안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멀리 있는 크고 강한 것보다는 가까이에 작고 여린 것들을 더 좋아하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한사코 똑같은 자세로 편하게 사진을 찍기보다는 쭈그려 앉기도 하고 엎드려 보기도 하고 몸을 비틀기도 합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풍경이든 상대가 가진 아름다움을 잡아내려고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애를 쓰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가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곳인 까닭도 비슷한 이치 같다는 생각입니다. 거대한 민주주의의 담론과 거창한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곁의 무수히 작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 힘없고 가난한 이웃에게 인정을 나누는 사람, 낡고 오래된 문화의 흔적들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겁니다.

스마트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때처럼 우리 곁의 작고 여린 생명들을 더 가까이 더 따뜻하게 품어내야 할 겨울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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