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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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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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준 도시철도 공론화_전남대학교 경영학부 김은희 교수_20181121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김은희 교수

■ 성숙한 시민정신을 보여준 도시철도 공론화

광주의 뜨거운 관심의 중심이었던 도시철도 2호선 찬반 여론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지난 11월 9일 10일 양 일간에 걸친 시민단들의 숙의과정과 이어진 찬반에 대한 최종 투표를 마침으로써 길었던 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시민참여단의 숙의과정을 옆에서 끝까지 참관한 공론화위원회의 일원으로 이번 공론화 과정은 저에게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점은 시민들의 공론화 참여 의지였습니다. 무작위 추출방식의 전화 연결에 의해 시민참여단의 참가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다수가 1박 2일의 숙의과정에 참여를 희망했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시민참여단 희망으로 최종 243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1박 2일의 숙의과정에서 나타난 시민참여단의 열의였습니다. 광주시의 중요한 사업 결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각자가 자부심에 차서 찬반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빠지지 않고 경청하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거듭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시민들의 집단지성에 의해 지켜져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하게 느꼈습니다.

성별 연령별 고르게 안배된 25개의 그룹 내 토론과정에서 20대에서 60대까지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일부 그룹은 저녁토론을 지나 자정 너머까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누가 시켜서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우리 모두 각자가 먹고 사는 일에 다들 바쁘지만 필요할 때는 광주시 전체에 관련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전체의 일에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만드는 성숙한 시민정신 그 자체일 것입니다.

숙의과정의 결과도 대단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공론화 최종 투표가 끝나고 난 후에 공개되었지만, 1차 전화 연결에 의한 참가 여부와 찬반에 대한 의견 조사과정에서 20%가 넘었던 유보층이 숙의과정을 거치면서 모두 찬성 혹은 반대로 결정을 마치게 되었다는 점은, 공론화 숙의과정의 필요성과 장점을 잘 보여 주었다 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찬반 양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시민들 간의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의 시민들의 결정은 그 신뢰성이 훨씬 높을 것입니다.

비록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시의 중요한 결정에 시민들이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번 공론화과정이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의 모든 결정과 민원을 공론화에 기댈 수는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론화가 지자체의 정책 결정이 지자체의 독단이나 사회단체의 압력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민주적 합의과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찬반 양측의 시민단체나 시가 겸허히 결과를 수용하고 또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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