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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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수능 수험생에게 보내는 응원_전남대학교 한은미 부총장_20181115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2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전남대학교 한은미 부총장

■ 수능 수험생에게 보내는 응원

오늘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몰두해왔던 시간을 시험지에 풀어내는 날입니다. 전국의 수험생들, 그 과정을 응원해온 가족과 선생님들, 그리고 시험장 뉴스를 접하는 온 국민은 노력해온 만큼 또 그 이상의 결과를 바라는 소망의 날입니다.

학생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지독했던 시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인이 되면 시험에서만큼은 해방되어 열심히 일한만큼 벌고, 번만큼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수능 같은 획일화된 시험은 아니지만 개개인 역량을 가늠해내는 숱한 종류의 문제해결 능력을 비교하는 시험,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더군요. 대학이란 곳은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어서, 어떤 대학을 선택하느냐 보다는 꾸준한 속도로 지치지 않게 시험이라는 이어달리기를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년 수능시험이 끝나가는 시간대가 가까워지면 초조한 수험생의 마음을 헤아리듯 수십 년 전 수험생이었던 저는 그 수능날을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교문에서 후배들과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수험장에 들어섰던 저는 2교시 시험을 마치고 가방을 싸들고 나와 버렸습니다. 당시는 딸들에게 대학 재수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지라 시험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교문을 지키고 계시던 어머니와 주변 아주머니들에게 걸렸고 다시 들어가라고 엄마들이 함께 우시며 교실로 떠밀어서 다시 시험을 보았습니다. 눈물 때문에 글이 겹쳐보여 겨우 답안을 채우고 나왔던 수능날의 경험으로 혹여 오늘 나 같은 학생이 있을까, 시험 마치고 망친 기분에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내내 걱정스러운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깨달은 것은 어느 대학이냐 보다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중요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원했던 학교도, 학과의 선택도 아닐지라도 최선으로 그 목표에 닿지 못했을 때 우리는 차선책을 택하게 됩니다. 다만 그 차선을 선택한 순간 나의 차선책은 나의 최선책이 되어야 합니다. 성공은 결과이지만 행복은 과정입니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경쟁이 아니라 성장에 목표를 두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업을 갖는다? 행복하다? 답은 No!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가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란 것을 매순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수십 년 전, 수능날 책가방을 싸들고 튀어나왔던 단발머리 여고생은 지금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행복한 이유는 내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차선책을 찾아 나의 최선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며 그 과정을 즐겨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어떻게든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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