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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종교의 사회적 기능_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_20181010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지혜학교 김창수 이사장
■ 종교의 사회적 기능
예수님이나 부처님 등 종교적 스승들은 깨달음을 통해 열반에 이르라고 하거나 하느님과의 합일을 통해서 온전한 행복에 이르라고 가르칩니다. 그 분들은 제자들에게, 자기 비움을 통해 궁극에 도달하라고 가르쳤지, 세상에서 많은 부와 권력과 명성을 쌓는데 관심을 두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나라의 많은 종교지도자들과 종교단체들은 자기 스승의 말씀을 배반하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 등 세 가지 독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교회 중 하나인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문제라든가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벌이는 불교계의 권력투쟁을 보면, 그 어디에서도 예수나 석가의 가르침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은 세속인의 윤리보다도 더 못한 탐욕에 가득 찬 행위들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도마복음 3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 지도자가 천국은 너희 안에 있고 너희의 밖에 있느니라.” 부처님도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여 업식이 씻어질 것 같으면 물고기들이 이미 해탈을 했을 것이다.”라고 가르칩니다. 천국과 해탈은 하늘과 바다와 갠지스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 비움과 이웃 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법륜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에서 정토회관 건축을 둘러싸고 벌인 논란이 생각납니다. 1994년 여름, 갑작스런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북한은 식량공급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였습니다. 그 때 세계 여러 나라 구호단체들과 국내 진보적인 개신교 종단들과 정토회가 북한 북부 지역 주민들과 연변지역으로 넘어온 사람들에게 구호식량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런데 북한 식량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상태가 몇 년 간 지속되자 구호의 손길은 한계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 때 법륜스님이 자신이 속한 단체인 정토회에 제안을 합니다. 정토회 회관을 지으려고 수 년 동안 모아온 건축 자금으로 우선 굻어 죽어가는 북한사람들에게 식량을 공급해주자고요. 그러자 자기들 회관을 짓는다는 꿈에 부푼 정토회원들 대다수가 극구 반대를 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법륜 스님이 그러면 자신은 정토회를 탈퇴하고 평화운동에 전념하면서 탈북자들을 돕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법륜스님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힘을 키우고 난 후에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구호 단체 중 가장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건축비로 모아 놓은 돈이 있다. 그걸 모두 북한 돕기에 쓰는 것이 불자들의 태도다.” 결국 정토회는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북한주민들 식량공급비로 사용하였습니다.
종교는 개인 구원이나 개인 해탈이 목표가 아니라 사회구원과 사회해방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 종교들도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에 이르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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