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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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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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아재들의 분발을 촉구하며_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_20180817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30~08:57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아재들의 분발을 촉구하며

지독한 무더위가 계속되다보니 아직도 더위를 피해 집밖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행히 지역마다 숲을 가꾸고, 걷기 길도 만들어 놓고, 군데군데 맞춤한 쉼터를 조성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피서도 하고 휴식을 즐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도 집에서 가까운 산으로 얼른 피서를 다녀오곤 합니다. 싸목싸목 산길도 걷고 울창한 편백숲에서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시면 한결 숨통이 트이고 살만 하더군요.

그런데 피서는커녕 되레 화가 나거나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그 날도 가마솥더위를 피해 일찍 집을 나서 산으로 갔습니다. 이제 곧 숲속 정자에서 쉬었다 갈 수 있으려니 하는 맘으로 땀을 뻘뻘 흘렸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정자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나이 든 아저씨들이 하나같이 큰 대자로 누워있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쉴 수 있도록 앉아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더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어린아이들이나 여성들은 아예 얼씬도 하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바위나 데크 위에 불편하게 앉아 있더군요.

모두가 고루 누려야 할 공공의 쉼터를 염치없게도 아저씨들이 독차지해버린 장면을 보니 저 또한 아저씨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건 그냥 볼썽사나운 풍경이 아니라 속된 말로 ‘아재’스러운 폭력이었습니다.

웃옷을 벗어 던지고 맨몸을 드러낸 사람, 아예 바지를 벗고 속옷차림인 사람, 남들이야 시끄럽든 말든 라디오나 스마트폰으로 쩌렁쩌렁 노랫소리를 울리는 사람, 숲속에서 담배연기를 날리는 사람. 그러고 보니 모두가 저 같은 아재들이었습니다.

사실 아재는 친근하고 이무로운 남자 어른, 동네 아저씨나 친척을 이르는 정겨운 호칭입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우체국 집배원을 편지아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재~ 하고 부르면 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아재라는 말이 시대감각 떨어지고 다소 몰상식한 비호감 아저씨를 통칭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아재들이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올 여름은 정말 사납고 긴 더위 탓에 너나없이 고통스럽고 짜증이 절로 나는 계절입니다.아무쪼록 애청자 여러분 모두 남은 여름의 더위를 잘 이겨내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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