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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0일/ 박중환/ 새로운 공포
- 새로운 공포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악당입니다. 그는 아테네 근처에 있는 케피소스 강가에 여관을 차려놓고 여관에 들어오는 손님을 강제로 침대에 눞힌 다음 손님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침대 밖으로 나오면 나온 부분을 톱으로 잘라서 죽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잡아 늘여서 죽였습니다. 신화 속의 이 이야기는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태도를 비유하는 이야기로 쓰여져 왔습니다.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이 우화가 왜 하필이면 침대를 배경으로 그려졌던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이는 신화 속의 폭력적인 이야기가 이번에는 라돈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공포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안식의 시간을 즐길 침대 앞에서 오늘 밤 나의 몸은 괜찮은 것일까 하는 새로운 공포를 느낍니다.
최근의 라돈 침대 사태 때문에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된 라돈의 공포는 침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라돈은 토양이나 물을 비롯한 자연 속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원소이고 특히 화강암에 포함된 우라늄이 자연 붕괴되면서 방출하는 가스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이 문제의 원소가 우리의 안방까지 두려움의 공간으로 만든 것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신숭배가 과학적 무지라고 하는 야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던 이 독소와 사람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사태를 보면서 우리의 안전이 새로운 도전 속에 있음을 느낍니다. 라돈이나 세슘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새로운 환경 위협 속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대형 화재나 먹거리 안전, 전염병 예방 영역 등에 머물러 있던 대응과는 다른 차원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위협을 새로 가르쳐 준 것은 과학이었고 때문에 새 환경 정책의 방향과 방법도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도전 앞에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물신에 지배된 욕망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유린했던 탐욕이 다시 용납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일입니다. 침대 매트리스에 자신도 잘 모르는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을 발라서 공포를 불렀던 것은 더 많은 침대를 비싼 값에 팔고자 했던 욕망과 물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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