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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4일/ 황풍년/ 공원 누리기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공원 누리기
저는 25년 전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고 외국에도 처음 나갔습니다.
유럽 나라들과 주요도시들을 돌아보았는데, 당시 영국 캠브리지에 머물던 김대중 전대통령을 만났던 기억말고는 무슨 취재를 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광경은 단연 런던 하이드파크의 푸른숲입니다.
세상에!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끝도갓도 없이 큰 공원이 있다니...
그때의 놀람과 감동은 잊을 수가 없었고 꽤나 오래가더군요.
하이드파크에 대한 부러움은 지리산이나 조계산, 무등산을 오르내리면서 시나브로 잦아들었습니다.
사철 빼어난 풍광을 선사하는 산들을 품고 사는 우리야말로 자연으로부터 큰 혜택을 누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뉴욕의 거대한 센트럴파크나 가까운 일본의 도시들이 갖고 있는 아기자기한 공원들을 보면서는 런던에서 느꼈던 놀람과는 사뭇 다른 부러움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곳의 시민들은 일 년 내내 공원에 나와서 나무와 숲, 풀과 꽃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틈나는 대로 산책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로웠습니다.
아름다운 공원이 생활공간 가까이 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 그 푸름과 쉼을 만끽하는 겁니다.
우리가 가진 멋진 공원들은 하나같이 큰맘 먹고 채비를 한 뒤 멀리 나가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 올레길 열풍으로 전국 곳곳에 수많은 길들이 생겼지만 도시 외곽에 산을 깎고 데크를 놓고 억지로 뚫어서 만든 곳이 많습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공원을 누리기보다는 국립공원이나 이름난 걷기길을 찾아서 또 다른 경쟁을 벌여야하는 현실입니다.
도심은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 높은 건물로 무장무장 채우고, 휴식을 위한 푸른 공원과 길을 조성한다며 자연을 훼손하는 악순환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광주만 해도 사방에 비온 뒤 죽순 자라듯 아파트들이 솟구치고 있습니다.
저 아파트 단지 가운데 어디 한곳이라도 도심의 허파가 되어줄 공원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두고두고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도심 속의 공원과 길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사이 높은 벽들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나무와 잔디로 채울 수는 없을까, 광주의 자랑 푸른길을 더 길게 늘이고 끊김이 없이 안전하게 조성할 수는 없을까, 차가 다니기 편리한 차도를 줄이고 사람이 걷기 좋은 보도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안되는 걸까....
공원이든 둘레길이든 생활과 동떨어진 곳에 멋지게 조성하기보다는 소박한 공간일지언정 우리네 삶 속에 밀착되어 시민들이 늘 푸름과 쉼을 누리고 사는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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