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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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2일/ 박중환/ 돌아갈 수 있는 고향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돌아갈 수 있는 고향

1850년대 미국의 뉴잉글랜드 지역을 배경으로 한 ‘큰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고향마을의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위대한 사람이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믿고 기다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이 마을에는 타지에 나가 성공한 사람들이 이따금씩 방문하여 전설의 주인공이라고 칭송을 받습니다. 고향이란 이처럼 언젠가는 돌아가 환영받고 싶은 곳입니다. 그런 고향마을들이 지금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의 농촌지역 시, 군 3분의 1 이상이 인구 소멸지역이 될 것이라고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다보았습니다. 산과 들과 강이 그대로 있다 한들 반겨줄 사람이 없는 무인지경의 들판이라면 우리가 그리던 고향이 아닙니다. 소멸을 눈 앞에 둔 지방의 농촌지역들을 다시 사람사는 마을들로 되살릴 묘안은 없을까요? 무엇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사라져 가는 농촌마을들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을 만한 사람들로 그 곳에서 태어났던 출향인들의 귀향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노후의 정착지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 어려운 고민입니다. 하지만 정작 귀촌이나 귀농을 꿈꾸는 퇴직자들 가운데 고향으로의 귀향은 원하는 경우는 뜻밖에도 많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대로 인생이 뜻대로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고향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무엇때문일까요? 혹 큰바위 얼굴에 묘사된 금의환향에 대한 꿈이 귀향을 가로막는 자의식의 굴레같은 것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향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고향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 빚을 갚는 하나의 실천으로 귀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쇠락해가는 농촌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자랑스러운 과정에 참여했던 출향인들이 돌아온다면 그들의 경험과 꿈과 이상이 마을을 다시 살리는 물결이 될 수 있습니다. 산과 들, 마을의 역사 모두 누구보다 그 곳을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고향으로 돌아갈 때에는 겸허하게 옛땅을 찾을 일입니다. 떠들썩한 환영에 대한 기대보다 그동안 고향을 지켜온 사람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안고 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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