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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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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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2일/ 김창수/ 부처님 수행법과 5.18

김창수 지혜학교 교장

- 니체는 행복한 삶에 필요한 두 가지는 사랑과 망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행복과 직결된다는 것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왜 망각이 행복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했을까요?
철학적 측면에서 플라톤 철학은 상기설입니다. 상기설은, 이데아 계에서 존재하던 인간의 영혼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인간의 옷을 입고 지상에 태어났지만 인간은 과거 이데아 계를 상기해야만 진리를 깨달을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입니다. 원형을 기억해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대해 니체는 존재하지도 않은 날조된 이야기를 가지고 인간을 기만하고 있다고 서양 주류 철학자들을 망치로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그러면서 니체는 그런 날조된 사상은 잊어버리고 오늘 이 자리, 즉 현재의 삶만이 오직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직 현재를 생각하며 살라고 말합니다.
성 어거스틴도 현재를 살라고 합니다. 그는 “과거는 이미 지나가서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없다. 있는 것은 오직 현재 뿐이다. 과거와 미래는 문법 안에서만 존재하는 시제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의 기억도 미래의 희망도 현재 의식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현재의 눈(이성)과 감정으로 과거와 미래를 보는 것이지요.
인간의 삶을 심리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망각은 분명히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망각은 어떤 사실과 거리두기 이고 그 사태에 대한 무디어짐이며 특수를 보편으로 특별한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다줍니다. 망각은 바깥의 사고이며 객관화의 길을 열어줍니다.
1980년 5월 광주는 그 안에서 보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 상처이며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동안 우리 광주 사람들은 5.18 안에서만 광주민중항쟁을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5.18 당시만 생각하면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분노로 치가 떨리며 그 원한이 하늘을 뚫고도 남음이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공간적으로 남북의 38선이 약화되려고 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간적인 38선으로 다가 오는 광주의 5.18민중항쟁을 멀리 거리두기를 통해 바라볼 시점이 왔다고 여겨집니다.
일찍이 부처님은 ‘위빠사나’, 라는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습니다. ‘위빠싸나’는 자기 바라보기입니다. 자신의 몸과 느낌, 마음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고요하게 바라보며 번뇌를 여의는 수행법이지요. 5.18로 산화해간 열사들과 유가족 및 부상자들 그리고 수많은 투사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야 백번 옳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5.18의 상처가 아물기가 어렵습니다. 진상규명과 함께 우리도 5.18을 담담히 바라보는, 바깥에서 바라보아 그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 데에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위빠싸나’ 수행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 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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