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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2018051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최은영
■ 진행 황동현 PD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빈 무덤
당신의 빈 무덤은
이곳저곳 예나 지금이나
마르고 닳도록 희망이라 하지만
아직도 내 빈 무덤은
울 엄니 가슴에서 부터
망월동 찾는 모든 이에게까지
멀고 긴 통곡입니다.
당신의 빈 무덤은
종소리 세상에 널리 퍼지고
춤추고 노래하며 기리는 축제이지만
여전히 내 빈 무덤은
울 엄니 대문도 걸지 못하고서
뜬 눈으로 지세 운 밤 35년 되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는 기다림입니다.
당신은 십자가에 매달려서
사람들 당신의 죽임 당함을
부활로 받을 수 있었지만
대검이나 기관총
그것도 아니면 곤봉이었는지
지금도 내 빈 무덤은
넋 잃은 우리 엄니 저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 엄니와 아들 되자며
결코 멈출 수 없는 기도입니다.
자식 잃은 어미의 통한을 어이 삭이며 행여나 돌아올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어미의 간절함을 어찌 필설로 다 말하랴! 이제라도 자식이 살아서 돌아오면 ‘얼씨구’ 이겠지만 만에 하나 그 때 죽었더라면 저승에서라도 어미 자식 되자는 어머니의 기도가 이어진지 벌써 38년이 되었습니다. 남북이 갈라진 그 자리를 38선이라고 하는데 부모 자식이 갈라진 시간도 38선입니다.
‘한빛고등학교’나 ‘지혜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5.18 주간이 되면 해마다 학생들을 망월동(5.18묘지)으로 순례를 보냈습니다. 국립묘지로 성역화 된 묘지 군 중에 ‘2묘역’은 행방불명된 열사들의 묘지 군입니다. 그 빈 무덤들 앞 비석에는 “살아서 못 만나면 죽어서라도 어머니와 아들이 되자.”는 어느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이 적혀있습니다. 저는 5.18묘지에 가면 꼭 거기에 들렸다 옵니다. 죽임당한 가족들이지만 주검이라도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부여잡고 통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주검도 찾지 못해 애태우는 가족의 슬픔을 더더욱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5.18과 같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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