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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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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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02일/ 박중환/ 가까이에 있는 민주주의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 조선시대에는 각 지역에서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들이 있었습니다. 수령은 목사, 군수와 현령, 현감에 이르기까지 종2품부터 종6품에 이르는 각급 지방관들입니다. 수령은 국왕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에 뽑는 과정도 신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과거를 거친 사람 가운데 경력과 업적 등을 토대로 문무 당상관 이상의 사람들이 수령을 추천했습니다. 추천받은 수령이 자질이 부족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그를 추천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 처벌했습니다. 하급 수령을 뽑을 때는 취재라고 하는 시험을 거쳤는데 사서와 오경(五經), 대명률, 경국대전 등에 대한 논술과 면접을 거쳤습니다.

수령들이 맡았던 일은 흔히 수령 7사라고 일컬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임무가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자체 소멸의 공포가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지금처럼 그 때도 고을의 인구를 늘리는 일이 수령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또 교육을 장려하고 세금과 요역과 군역을 모으고 소송과 분쟁에 대한 재판도 했습니다. 불효나 가족, 친족 간의 불화 사건처럼 삼강오륜을 해치는 일은 반드시 수령이 감독하고 처벌하게 했습니다. 한 고을의 도덕과 가치관의 수호자 역할까지 수령들이 맡은 것입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발전해서 국왕이 임명하던 이 수령들을 이제 우리 손으로 뽑습니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한은 없습니다. 수령이 문제를 일으키면 추천한 사람에게 물었던 것과 같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의 적임자를 고르고 골라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 수령 지망생들이 써낸 고을 경영 방책에 대한 시험의 답안지를 앞에 두고 채점하고 있습니다. 답안지의 채점에는 관심이 없고 나와의 친소관계 만을 저울질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행복한 고장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를 고르는 일은 민주주의라고 하는 훌륭한 제도 속에서 우리가 누리는 가장 큰 권한이고 책임입니다. 선택의 기준은 능력과 도덕성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도덕과 가치관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까지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가진 도덕관과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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