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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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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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9일/ 이화경/ 푸른 하늘을

이화경 소설가

-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방금 읽어드린 시는 김수영 시인의 이라는 제목의 전문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이 시는 1960년 4.19가 일어나고 난 후에 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김수영은 자신이 서있는 민족적 위치에서 역사,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들을 투철하게 인식한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는 절대정신으로서의 자유를 추구하고 단호한 이상주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고, 지배적 권력에 복종하거나 함몰되지 않으려는 시적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이승만 정권은 기울어가는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과 정치적 조작에 의존했으나, 정치체제의 근본적인 수정이 없는 한 정권의 유지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력을 계속 장악하기 위해 저질러진 것이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의 대규모 부정이었고, 이를 계기로 당시까지 잠복해 있던 국민의 불안이 폭발한 것이 바로 4.19였습니다.
4월 19일 일어난 대규모 시위는 부정 선거 규탄에 그치지 않고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규모의 제한된 목표로 시작한 시위가 대규모의 전국적인 정권 퇴진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4.19혁명은 시인에게 이승만 독재로 인한 모든 억압적 권력과 폭력적인 위계질서를 전복시키는 환희의 체험을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인이 꿈꿨던 이상이 시민들의 저항에너지로 분출되면서 최고 권력자이자 우상이었던 이승만이 붕괴되는 것으로 실현되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인은 환호작약했던 419혁명의 반독재적이고 민주적인 가치가 서서히 변색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무능력한 민주당 과도정부와 군사 정권과 신식민주의적 재편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는 볼품없는 소시민으로 전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절망합니다.
학생들의 숭고한 희생과 혁명의 핏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제2공화국 총리로 당선된 장면은 현실 정치 개혁을 완수할 힘이 없었고, 구 정치인들은 젊은이들을 규제하기 위해 반공법과 데모 규제법, 국가 보안법을 강화시켰습니다. 시인이 볼 때, 혁명은 죽어 가고 있었고, 숭고한 이상은 빛을 보기도 전에 스러져 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들려드린 시에서 시인은 절규하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유는 피의 대가를 치러야 어렵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고, 혁명을 완수하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지난하고 고독한 일인지를 시인은 절절하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시인의 탄식이 어쩐지 현재에까지 깊고 절절하게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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