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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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2일/ 김영주/ wag the dog

김영주 광주전남 ICT협회 회장

- 세상 개판입니다. 최근 정치평론에서도 ‘미친개’ ‘사냥개’ ‘들개’ 등 개를 소재로 해 많은 시비가 생겼는데요. 요즘에는 애들 대화에도 ‘개고생’ ‘개무시’ 등 부정적인 표현과 함께 ‘개좋아’ ‘개예뻐’ 단순히 ‘개’를, 강조하는 의미의 접두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애견 인구가 1천만이나 되고 2020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6조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애견관련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애완동물 구조 중, 꽃다운 여자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반려견 안전대책’의 뒷수습에 청와대까지 나섰습니다. ‘개파라치’제도와 3년 뒤 시행 예정인 입마개 착용 확대 방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다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답니다. 표라면 사활을 거는 정치권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공원이나 공공장소에 가면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고 어느 모임이나 개가 화제에서 빠지지 않으니 당연한 관심인 셈입니다. 이제 개로 인한 유무형의 사회적비용도 엄청 나고 개로 인한 인간의 스트레스도 엄청납니다.

어제 모임도 개판이었습니다. 매 월 날짜를 정해 모여 식사하고 소소한 얘기로 친목을 다지는 모임인데요. 반주도 곁들여 맛난 음식 먹으며 3시간 정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신변잡담을 나눕니다. 어제 모임에서도 근 1시간 반을 개가 주제가 됐습니다. 한 회원이 개의 죽음에 대해 주장했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개가 늙으면 죽음을 대비해 새끼 개를 키우고 건강이 나빠지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실 동물복지의 개념에서 보면 미용 성대 불임 성형 등의 문제는 인간의 잔인한 이기주의란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보신탕 문제도 합의되지 않고 있고, 개로 인한 인간의 피해 및 구제 장치, 제한된 공간, 비상사태 시, 공공장소에서의 취급 등 매우 복잡해 통합된 기준을 정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해 보이지만 키우는 사람마다 개인의 주장이 다르고 이를 조정할 기준 마련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년 초, 올해의 키워드로 웩더독(wag the dog)이란 말이 선정됐는데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주객전도현상을 말합니다. 개판이란 말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이 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빨리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애들 말대로 ‘개좋은’ 세상은 개가 좋은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좋은 세상이 돼야 합니다. 개별 애견인구들의 눈치를 보기엔 사람의 가치까지 흔들릴 수 있는 문제가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못 미덥고 싫더라도 사람보다 개가 대우 받는 세상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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