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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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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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늘리기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라디오칼럼_20180405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4월 5일 목요일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구늘리기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옛날에 임금을 대신해 백성을 다스리는 지방관리를 수령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같은 벼슬자리에 해당하겠지요. 수령들은 인사발령을 받고 부임지로 떠나기 전에 임금에게 하직인사를 했습니다. 일종의 신고식이지요.그 자리에서 임금은 수령으로서 해야 할 바를 묻고 선정을 베풀어 달라는 당부를 했습니다.그 때 수령은 반드시 수령칠사라는 걸 외워야 했다고 합니다. 지방관이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조목이었는데, 재직하는 동안 백성들이 고루 잘 살게 하고 억울하지 않게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수령칠사 가운데서 호구를 늘리라는 조목이 눈에 확 띕니다.백성들이 살 던 곳을 떠나거나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아지면 인구가 줄어들게 될 텐데, 그건 수령에게 죄를 물을 만한 큰 잘못이라는 말이지요.그런데 호구를 늘리는 것! 결코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을 장려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어처구니없습니다만 지금 나라의 제일 큰 근심은 인구 감소입니다.옛날 수령들보다 더 다급한 사람들이 바로 요즘 지방자치단체장들이구요.그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바로 호구가 줄어드는 일입니다.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어 인구 유출을 막고 출산을 장려하는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어떤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근무지와 다른 곳에 주소지를 두지 못하도록 합니다.관청들은 앞을 다투어 주민등록지만이라도 유치하려는 경쟁을 하는 바람에 이름만 있고 사람은 없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가짜 인구통계라도 유지해야 예산이나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기 때문이지요.이대로 가다가는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대부분이 집중되고, 남은 인구도 지방의 대도시에 모여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작은 도시에서도 읍 면 소재지에나 사람이 조금 몰릴 뿐 시골은 텅텅 비구요. 정말 전국적으로 특단의 인구대책도 필요하구요, 지역마다 세심하고 꼼꼼한 호구늘리기 정책들도 나와야 합니다.그래서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온갖 아이디어의 경연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해주겠다, 원주민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이렇게 만들겠다, 귀농귀촌자들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이렇게 하겠다, 지역에 살아도 남부럽지 않는 이런 놀라운 일자리가 있다...등등 정말로 획기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다양한 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야 합니다. 식상하고 빤한 대규모 개발사업 말고 민생과 딱 부합되는 호구 늘리기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지역사람들은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 황풍년 편집장은 토종잡지, 전라도닷컴의 편집장 겸 발행인입니다. 또한 전국 지역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 지역 출판 문화잡지원 대표로서 해마다 지역 책들의 한 마당, 한국 지역 도서전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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