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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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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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할 것_김창수 지혜학교 이사_라디오칼럼_20180322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22일 목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경계해야할 것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집 안에서 개를 기르고 계신지요? 저는 개를 집 안에서 길러 본 적이 없고 마당에서만 길렀습니다. 개를 기르면서 제가 배웠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40대 때, 담양의 시골 마을에서 10년을 살았는데요. 거기서 이웃집 개, ‘흰눈이’라는 개를 만났는데, ‘흰눈이’를 보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선 집에 관한 것인데요. 사람들은 살아서는 자기 한 몸 누이려고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 그것을 모시는데 많은 노동과 시간과 재화와 마음 까지를 허비하는데 흰눈이는 제 몸 누이는 그 공간만 차지하고 쉬었습니다. 또 흰눈이에게 제가 배운 것은 두 벌 옷을 한꺼번에 갖지 않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단 벌 옷의 숙녀인 흰눈이는 더위와 추위를 대비하여 털갈이를 할 때 이외에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다짐한 한 가지 약속은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 새 옷은 사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옷장을 열기만 하면 그 옷에 압사당할 만큼 많은 옷을 보면서 이 업을 어이 다 씻을까 한숨짓습니다. 흰눈이는 또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느 정도 먹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품위를 가지고 살았지요. 혼자만 배불리 먹고 또 먹어 잘 걷지도 못하게 살이쪄 스스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건강도 해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흰눈이는 아예 몰랐습니다. 먹을 것이 썩어 나가도 남 주기 아까워하는 놀부 심보도, 남들이 주린 배를 채우는 것도 보지 못하는 인색함도 흰눈이에게는 없었습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면서 살아야만 잘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은 경계하지 않고 자신을 망치는 것들을 오히려 가까이 하며 살 가능성이 많습니다. 몸이 아픈 것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몸이 아파 삶에 대한 탐욕으로 자신 이외의 것들에 대한 원망과 인색해짐을 경계해야 하고요.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그 갈등으로 인해 증오를 배우거나 죽임을 수용해 버릴지도 모르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집이 작은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른 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내 배가 고파 다른 사람들의 배를 모르쇠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요.한 마디로 말해서, 자기성찰을 통해서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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