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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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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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감수성_김창수 지혜학교 이사_라디오칼럼_20180312

■ 방송시간 월요일 - 금요일 AM 08:53-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3월 12일 월요일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생태적 감수성

◆ 김창수 지혜학교 이사 - 분재를 보면 아름답게 느껴지는지요? 저는 분재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픕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러는데요. 먼저 ‘분재된 나무 자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하는 나무에 대한 제 감정 이입에서 가슴이 아픕니다. 또한 분재를 보면 제가 몸담았던 교육 현장의 아이들 모습이 연상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살아 있는 그 무엇에게라도, 그 존재들이 제 모습 그대로 자라게 하지 않고 사람이 아름다움이라고 정한 그 틀에 맞게 강제로 자라게 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왜 인간은 자신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해 타 존재를 해칠까, 과연 인간에게 그런 권한을 누가 부여하였을까, 인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 등의 질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수채 구멍에 뜨거운 물을 붓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채 구멍에서 사는 벌레들이 죽을 까봐 물도 식혀서 버리셨던 그 마음은 생명존중 사상입니다. 또 들판에서 일하다 점심 먹을 때가 되면 고시래, 를 하고 먹었습니다. 생명 나눔의 정신이었지요.   인디언 민담에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산길을 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가고 손자는 뒤에서 따라가고. 한 참 가다 할아버지가 뒤를 돌아보자 손자가 자기도 지팡이를 짚고 오는 거에요. 할아버지가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지요. 손자는 꺾었다고 대답을 합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너 그 나무에게 너를 꺾어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양해를 구했느냐고 묻습니다. 아니라는 손자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손자에게 그 나무에게 사과 하라고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아주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우리 안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지요.   그런 생태적 감수성이 제게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재로 경험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저는 낚시질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30대 중반에 낚시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어느 날 낚시를 하다가 낚시 줄에 딸려 나오는 물고기를 보고 제 자신이 낚시를 삼킨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낚시를 뱃속에 삼키고 질질 끌려 나오는 것 같았지요. 그 자리에서 낚시를 그만 두었습니다.   필요 없는 살생을 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생명체를 해쳐야만 할 경우에도 그 생명체에 대해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구는 한 몸체입니다. 물고기가 저와 한 몸이듯이, 나무가 없으면 인간도 없다고 생각한 인디언들처럼,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이 모두 한 몸이라는 생각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 사회자 - 김창수 교장은 국내 최초의 철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인대표로 환경 생태운동과 평화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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