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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는 사회_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_라디오칼럼_20180226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26일 월요일
■ 한은미 전남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 응원하는 사회
◆ 한 여성이 마루 한 쪽에 쭈그려 넓적한 원형 로봇청소기를 신중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여성은 그 로봇 청소기가 서서히 움직이는 것에 맞추어 부직포나 대걸래 밀대로 혼신을 다해 바닥에 문지르면서 괴성을 지르는 연출을 합니다. 요즘 컬링 경기를 흉내 내는 동영상들이 SNS상으로 전파되는 동영상의 장면입니다.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컬링 경기에 매료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된 컬링 경기는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하우스라 부르는 표적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입니다. “영미야!”를 외치는 김은정 선수의 목소리 크기와 속도에 따라 스위핑 속도와 강도가 달라지는 마법 같은 주문에 전 국민이 빠져들곤 합니다.
운동경기에서의 경쟁은 승자보다 패자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오로지 승자만을 인식하게 되지만 정작 실패와 패배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주변 사람의 격려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원동력으로 또 다시 일어날겁니다. 지금 환호 받는 컬링 선수들도 한때는 비인기종목이라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이기에 선택한 일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값진 성과를 이뤄낸 것입니다.
경쟁 사다리 피라미드의 꼭대기, 인공지능 로봇도 오를 수 없는 사다리를 ‘놀이 피라미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노는 인간의 시대, 물론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미친 듯이 놀다보니 그것이 일의 경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취미인지 일인지 모호한 일부터 찾다보면 놀이가 되고 그 관심이 구체화 되면서 생업이 되기도 합니다.
직업이 꿈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는 진짜 꿈을 그리는 일이 먼저였으면 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재미를 붙여가고, 좋아하는 일은 열심히 하게 되고 꾸준하다보니 보람으로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초연결사회라고 합니다. 협동과 소통 그리고 비판적 사고가 어우러져 재미있는 일이 찾아지고, 한 명 한 명 프리랜서로서도 집안 컴퓨터 연결망으로 일할 수 있기에 경력단절이란 표현도 어쩜 사라질 단어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가 의지가 되어 이루어낸 컬링 경기를 보면서 승률에 대한 집착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온 국민이 응원을 했던 것처럼
서로를 응원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한은미 교수는 한국 여성공학 4.0 인재양성사업단단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지방 과학기술 진흥협의회위원, 광주전남 여성과학기술대표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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