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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들_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단장_라디오칼럼_20180227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2월 27일 화요일
■ 김요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단장
■ 괜찮은 어른들
‘시간 날 때 할라요가 뭔 말이데 일은 그때그때 해야제’
점옥이 아짐은 늘 ‘그때그때’란 말을 입에 담고 사셨습니다. 미루어서 되는 일 없고, 게으름 피우다가는 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점옥이 아짐은 그때그때 할 일을 하셨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배움은 짧았지만 아이들 가르치는 책임을 다했고, 자녀들은 밥값을 톡톡히 하며 제 몫을 해내는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준비하면 갑이 되고, 시킨 대로 하면 을이 된다’
소야 아저씨는 늘 ‘준비’를 말씀하셨습니다. 날씨를 미리 살피는 농사짓는 일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까지도 준비를 하셨죠. 미리 내다보고 준비를 하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을 만들고, 작은 일이라도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소야 아저씨의 준비성은 좇기는 삶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삶을 만들었고, 자녀들도 자기 분야에서 지도자가 되어 잘 살고 있습니다.
‘말로만 떠들고 가만있으면 암긋도 못해야, 시작을 해야제’
광철이 아재는 말수는 적었지만 몸이 늘 부지런했습니다. 남들이 웅성웅성 모여 떠들 때 조용히 제 할 일을 했고, 남들이 갈팡질팡 서두를 때 순서에 따라 하나씩 일처리를 했습니다. 광철이 아재의 실천은 아차 싶을 때 빛을 냈고, 부러움을 넘어 존경을 받았습니다. 광철이 아재의 자녀들 역시 솔선수범이 몸에 배어 존경을 받고 삽니다.
‘너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 많~아, 남들보다 똑똑해질라고 하지 말고, 어지께 너보다 똑똑해지믄 되는 것이여’
중렬이 할아버지는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사셨습니다. 남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니 미워하거나 강짜부리지 않았고, 다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돌아봤습니다. 하루하루 삶이 나아지는 것은 당연했지요. 중렬이 할아버지 후손들은 제 위치에서 어느덧 경지에 올라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왜 하는지를 생각하고, 어떻게 할지를 알아봐야제’
사구 선생은 무슨 일을 하던 ‘왜?’를 먼저 떠올려 목표를 분명히 했고,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서 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정했습니다. 목표가 분명하니 마음가짐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허튼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구 선생의 자녀들은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았고, 용기 있게 새로운 역사를 씁니다.
우리의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칠 때는 입으로 가르치지 않고 몸으로 가르쳤고, 두루뭉술하게 가르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가르쳤습니다. 솜씨 좋은 아이들에게는 부지런을 가르쳤고, 영리한 아이들에게는 겸손을 가르쳤으며, 예의바른 아이들에겐 지식을 가르쳤습니다.
명절을 보내고 나니 어르신들에게 배울 것투성입니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슬기로움을 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서 돌아오는 한가위와 설에는 몸으로 가르치는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멀리 보는 어른, 존경 받는 어른, 별 거 있겠습니까? 어른 노릇하면 되지요.
◇ 김요수 단장은 그림산문집 '딱 좋아 딱 좋아', 소설 '폐하타령', 산문집 '부서불랑께'를 출간했습니다. 현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면서 지역사회가 생각해야할 낮고 평범한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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